왜 불쑥불쑥 나오나
계파 갈등과 문재인 리더십 불신 탓
호남 의원들 ‘물갈이 위기감’도 작용
왜 힘받지 못하나
구심점 구실할 중량감 인물 없어
호남 민심도 우호적이지 않아
계파 갈등과 문재인 리더십 불신 탓
호남 의원들 ‘물갈이 위기감’도 작용
왜 힘받지 못하나
구심점 구실할 중량감 인물 없어
호남 민심도 우호적이지 않아
잠잠한 듯했던 ‘야권 신당론’이 다시 불거져나왔다. 지난 9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의 만찬 자리에서 오갔다는 대화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원내대표가 마련한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러선 필패한다”, “혁신위 결과를 지켜본 뒤 (신당 창당 등) 대응 방안을 찾자”는 논의들이 있었다고 일부 참석자는 전했다. 당 안팎에선 ‘물갈이’ 압박에 시달리는 호남 의원들이 신당에 대한 당내 불안감을 활용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모임을 마련한 이종걸 원내대표 쪽이 애써 의미를 축소하며 진화에 부심하는 것과 달리 지역 의원들은 ‘문재인 체제 불가론’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11일 “몇몇 참석 의원들이 회동 사실을 미리 언론에 알리는가 하면, 대화 내용도 자기들 입맛대로 흘리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번 논란을 호남 의원들의 조바심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반문(재인) 공조’를 해온 수도권 비노 그룹이 지난달 당직 개편을 계기로 이탈 조짐을 보이자, ‘총선 패배에 대한 우려’를 고리 삼아 전열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안에서 신당 논의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고질적인 ‘친노-비노 갈등’과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 등이 자리잡고 있지만, ‘물갈이 위기의식’이 강한 호남권 의원들이 신당에 우호적인 호남 여론을 ‘공천 물갈이’를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신당 추진 세력의 움직임은 최근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여기엔 재보궐선거를 1년에 한번만 실시한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확정돼 호남권 재보선 지역이 크게 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을 예고하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에 대한 지역 여론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광주 지역 사정에 밝은 야권 관계자는 “신당 추진 세력의 면면이 드러나면서 최근 ‘신당론 피로감’마저 감지된다. 신당에 대해 ‘기득권 정치인들의 인생 이모작 정당’이란 냉소가 퍼져나가는 게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신당론의 중심에 있던 천정배 의원도 이달 말로 예고했던 정치적 구상의 공개 시기를 9월로 늦췄다. 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신당을 한다면 전국적 개혁신당을 해야 한다는 뜻에 변함이 없지만 창당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천 의원 주변에선 중량감 있는 인물 영입에 천 의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신당론이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주도세력이 눈에 띄지 않고, 구심점 역할을 할 중량감 있는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비노 성향 의원은 “신당이 성공하려면 지금의 새정치연합보다 비교우위가 확실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를 압도할 만한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신당이 망라해야 하는데, 그게 쉽겠느냐”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여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차기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수도권 의원들 처지에선 대세가 기울지 않는 상태에서 섣부르게 몸을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신당 참여설이 돌던 수도권의 또 다른 인사는 “4개에서 8개에 이른다는 신당 추진 그룹 가운데 실체가 있는 것은 천정배의 ‘개혁신당파’와 정대철·박준영 등의 ‘호남 중도신당파’ 두 그룹뿐인데, 두 세력 모두 수도권 비노 그룹의 합류 없이는 의미 있는 전국정당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당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권 그룹이 ‘제1야당 프리미엄’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니 동력이 좀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권 비노 그룹은 여전히 미래가 불확실한 신당보다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해 총선을 치르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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