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들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오산미군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린 ‘주한미군의 탄저균 불법 반입 규탄, 세균전 실험실 및 훈련부대 폐쇄 촉구 국민대회’에 참석한 시위대를 보며 웃고 있다. 평택/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미국 내 배송 지역 2배 이상 추가 확인 파문
배송업체들 ‘선택적 작용제’ 배송 거부 잇따라
배송업체들 ‘선택적 작용제’ 배송 거부 잇따라
주한미군 기지에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배송한 페덱스가 “탄저균 같은 생물학테러 병원체 표본을 배송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곳을 제외한 미국 대형배송업체들도 병원체 배송을 거부하는 등 미국에서도 반발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병원체 관리의 안전이 완벽히 확보될 때까지는 국내 반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언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지난 29일(현지시각) “지난 17일 페덱스의 위험물질 관리국의 책임자가 질병관리예방센터(CDC)에 편지를 보내 ‘더 이상 선택적 작용제(select agent)를 담은 배송 화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내용의 편지 사본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선택적 작용제는 탄저균, 에볼라 등 생물학무기로 사용될 수 있거나 공공 보건과 농업에 심대한 위협을 줄 수 있어 연방정부가 엄격히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65개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독소를 말한다.
페덱스 코리아도 <한겨레>의 문의에 31일 “최근 미국 국방부의 탄저균 화물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고자, 페덱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선택적 작용제로 분류한 모든 배송물의 운송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지난 4월26일 페덱스는 미국 유타주 더그웨이 미군 연구소로부터 경기도 평택 오산 공군기지로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배송한 바 있다.
페덱스 코리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페덱스는 그동안 주한미군에 보내는 화물을 회사 전용기에 실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여왔다. 68㎏ 이상의 화물은 공항에서 미군이 직접 수령하지만 그 미만은 페덱스 코리아의 직원들이 직접 공항부터 미군기지까지 배송했다. 페덱스 코리아는 “내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저희 직원과 시민들께 어떠한 위험을 제기한 적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대형 배송업체인 유피에스(UPS)와 유에스 포스탈 서비스(U.S. Postal Service)도 표본을 배송하지 않을 것”이라며 “월드 커리어라는 민간업체 한 곳만 선택적 작용제를 받아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5일 만에 미국 내 106개의 연구소가 탄저균 표본을 다른 연구소로부터 전달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은 다니엘 소신 질병관리예방센터 공공보건 예방대응센터 부센터장이 28일(현지시각) 미 하원 동력 상업 위원회 산하 전망과 조사 소위에서 이렇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3일 미 국방부는 ‘탄저균 포자 사균화 관련 실험실 절차 종합 검토 위원회’(검토위)가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난 10년간 미 유타주 더그웨이 군 연구소에서 86개 실험실에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배송했다”고 밝혔다. 탄저균을 배송받은 미국 내 지역도 20개주와 1개 특별구(콜럼비아)에서 28일자로 50개주와 1개 특별구, 3개 해외 영토(괌, 푸에르토리코, 버진 아일랜드)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래리 부숀 소위원회 대표는 보고를 들은 뒤 “경악스럽다. 우리는 10년 전에 관련 정책을 만들었어야 한다. 이건 우스꽝스런 일이다”라고 말했다.
5일 만에 탄저균 추가 전달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탄저균 관리 능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이 재차 확인됐다. 앞서 검토위는 “살아 있는 탄저균 배송 사고가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감마선을 쏴서 영구적으로 탄저균을 죽이는 절차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 정보가 없는 것은 과학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 생화학무기법과 감염예방법 위반으로 페덱스 코리아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 공공운수노조의 정찬무 조직국장은 “미국 국내 업체들도 고위험병원체 배송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배송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국내로 병원체를 들여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독일처럼 미군이 맘대로 병원체를 들여오지 못하도록 한국 정부가 사전에 승인할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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