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새 대표(오른쪽)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시당직자선출보고대회에 참석해 결선투표에서 자신에게 3백여 표 차로 패한 노회찬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심상정 새 대표 뽑은 정의당
심상정, 1차투표에서 30% 갓 넘겨
결선에서 ‘조성주 돌풍’ 표 거의 흡수
당원 확대·진보 대통합 당면과제
비례대표 확대 등 상황은 만만찮아
심상정, 1차투표에서 30% 갓 넘겨
결선에서 ‘조성주 돌풍’ 표 거의 흡수
당원 확대·진보 대통합 당면과제
비례대표 확대 등 상황은 만만찮아
정의당 새 대표에 심상정 의원이 뽑혔다. 심 의원은 지난 13~18일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52.5%를 얻어 47.5% 득표율에 그친 노회찬 후보를 제쳤다.
심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실상부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며 “서민과 중산층의 진보, 밥 먹여주는 진보, 민생 진보로서의 노선을 선명히 걷겠다”고 밝혔다. 이념·계급 정당의 색채를 걷어내고 당의 문호를 청년과 중산층, 미조직 노동자층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심 대표의 당선을 두고 정의당 안팎에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조성주 돌풍’이 거셌던 1차 투표에서 심 대표는 30%를 갓 넘긴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던 탓이다. 심 대표는 “정파간 합종연횡이나 밀고당기기가 사라진 선거였다. 1차 투표가 끝난 뒤 당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전략적 선택을 해주었다”고 평했다. 당내에선 1차 투표에서 조성주·노항래 후보를 찍었던 당원들이 고스란히 심 대표 지지로 옮겨간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과의 협상을 잘 이끌어 당의 독자 생존기반을 확보하려면, 원외 인사인 노회찬 전 의원보다 현역 국회의원인 심 의원이 대표를 맡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새정치연합 텃밭 지역인 호남에서 심 대표의 강세가 두드러졌던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야권의 공통 화두인 ‘정당 혁신’은 심상정 지도부에게도 미룰 수 없는 선결 과제다. 심 대표는 “청년의 비전, 시민정당으로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중앙당을 과감히 혁신하고, 진보정당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지지를 유보한 당원들을 최대한 결집할 수 있게 전국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강점이자 한계였던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당원 구조를 일신해, 청년·비정규직과 중산층으로 당원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얘기다. 진보 대결집을 위한 노동당 통합파 및 국민모임과의 통합 협상도 마무리지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우호적이지는 않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정치의 입지 자체가 줄면서 당의 독자생존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심 대표는 자신이 위원으로 참여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비례대표 확대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드시 관철해 제3정당의 제도적 존립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 제도가 유리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2007년 노회찬·심상정의 대선 도전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리더십 정체’의 문제 역시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