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문재인 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현장에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을 국정원 말만 듣고, 벌써 끝내버린 거야?!”
지난 14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도중 잠깐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답답하다는 듯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4시45분쯤 잠시 자리를 떴다 돌아왔는데 그사이 정보위가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대국민 인터넷 불법사찰 의혹을 따지기 위해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정보위는 5시20분에 끝났다. “전 국민이 공분할 이런 사안에도 안 싸우면 도대체 ‘야성’은 언제 보여주겠다는 건지….” 수화기 너머 박 의원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덥다, 더워.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수은주는 33℃를 가리켰다. “무더위에 야당도 더위를 먹었나봐.” 점심을 먹고 국회로 돌아오는 길, 야당 출입기자들끼리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압’으로 국회법 개정안이 무산된 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줄곧 쌓여가는 현안 앞에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댓글 공작’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지만,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조차 새로이 불거진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국가안보 사안이라는 이유로 국정원이 입을 다물면 뾰족수가 없지 않겠냐”며 맥 빠진 소리만 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의 이유였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 논의도 감감무소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여야 각 3인으로 점검소위를 꾸려 대응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하다못해 “새누리당이 반대해 소위 구성이 안 된다”는 성토조차 들리지 않는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주장도 희미해졌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쪽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류 쪽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야당 ‘추경안’은 졸지에 두개가 돼버렸다. ‘잘 좀 해보자’고 이들을 이끌어야 할 문재인 대표는 나 홀로 ‘경제정당 행보’ 중이다. 누구 말마따나 ‘앞으로 던져야 할 돌멩이를 옆으로 던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다간 국민들이 야당에 돌멩이를 던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연재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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