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끝난 정의당 당대표 선거 개표 결과,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각각 43.0%와 31.2%를 득표해 1~2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진보 세대교체론’의 대표주자로 관심을 모았던 조성주 후보는 17.1%로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 선거의 주인공이 조 후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정의당원들은 많지 않았다.
조 후보는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꼭 예상했던만큼 표를 얻었다. 최선을 다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정치가 변화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열망 덕에 선전했던 것”이라며 “진보정치의 혁신과 확장을 위해 당직이든 공직이든 지속적으로 선거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문정은 정의당 대변인은 “당내 조직이나 기반이 미미한 조 후보가 선전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전시 상황’에서 당원들이 좀 더 검증되고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두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조 후보가 지역으로는 수도권, 출생연대로는 1970년대 이후, 입당 시기로는 2014년 이후 입당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최근 1년6개월새 입당자가 절반에 이를 정도로 신규입당자 비중이 높다”며 “정파색이 옅은 20~40대 초반 신규 입당층이 조 후보를 많이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이 결선 투표에서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이냐가 최종 관건이 되고 있다. 당의 간판 인물이었던 노회찬·심상정 후보는 예상대로 나란히 결선투표에 진출하긴 했지만, 득표율 격차가 예상보다 컸다. 특히 심 후보는 오랜 기간 당 지도부에 몸 담았던,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란 강점에도 불구하고 30% 득표율을 겨우 넘겨 당선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 관계자는 “텔레비전 토론과 트위터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노 후보와 달리, 심 후보는 상대적으로 원내 활동에 치중하면서 대중과의 접촉면이 제한됐다”며 “1차 투표 결과대로라면 결선에서 순위가 뒤집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후보 쪽은 “총선·대선을 앞두고 인지도와 확장성이 높은 인물이 당의 간판이 되는 게 유리하다는 당원들의 표심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조성주 후보의 선전과는 대조적으로 노항래 후보의 성적은 자체 기대치를 밑돌았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데다 당내 대주주인 ‘참여계’ 대표 주자로 나섰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당 관계자는 “창당 때 참여계 당원이 30%를 넘었다”며 “유시민·천호선 외에 대중적 인물이 부재한 참여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노회찬·심상정 후보를 대상으로 13~18일 결선투표를 진행하며, 결과는 19일 발표한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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