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대통령 권력투쟁에 헌법질서 붕괴”
②“여당과의 협상 더 힘들어질 것”
③“유, 화려하게 부활하면 위협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기본이 무너졌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 때문에 국민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는데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투쟁에만 매달리면서 국민을 나몰라라 하는 것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8일 오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소식을 접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한 마디가 결국 ‘유승민 사퇴’로 마무리된 것을 두고, 국민들을 외면한 ‘여권의 권력다툼’으로 규정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제왕적 리더십’ 앞에 힘없이 굴복해버린 새누리당을 향해 “대한민국 정치사에 치욕으로 기록될 사건”(박수현 원내대변인), “국회 내 십상시들의 난”(전병헌 최고위원)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선 안타깝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나마 야당과 소통이 되는 협상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앞으로 ‘대여 협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지금 분위기에선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받드는 사람이 될 게 뻔하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여당과 야당이 충돌할 일은 더욱 빈번해지고, 야당은 발목잡기만 한다는 논리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 원내대표가 여권 권력다툼의 ‘희생자’로 부각되는 상황도 달갑지 않다. 총선·대선 국면에서 강력한 위협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안보적 보수·경제적 개혁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데 이어, 대통령의 제왕적 리더십에 맞서 ‘헌법가치 수호’를 내세우면서 대권주자 반열에 한층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지금 당장이야 정치생명이 끝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집권 막바지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인색해지면 유 원내대표가 화려하게 부활하지 않겠냐”며 “우리의 정책 노선과 여러모로 겹치는 유 원내대표의 부상은 적잖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