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왼쪽)이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둘째)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반복해서 하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이에 앞서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김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를 받아 다시 발언을 하려해 김무성 대표의 분노를 샀다. 맨 오른쪽은 서청원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대표 “회의 끝내, 맘대로 해” 자리 박차고 나가
‘유승민 거취’ 싸고 지도부도 감정 폭발…확전 치달아
‘유승민 거취’ 싸고 지도부도 감정 폭발…확전 치달아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당내 갈등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2일 당 최고위원들이 공개 회의 도중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거친 말을 주고 받다가 최고위원회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여졌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김태호 최고위원의 거듭된 사퇴 요구가 발단이 됐다.
“저는 오늘 저 김태호가 유승민 원내대표에 드리는 마지막 고언이 되기를 바랍니다. 콩가루 집안이 잘 되는거 못 봤습니다. 유 원내대표 스스로 ‘나는 콩가루가 아니라 찹쌀가루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이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과 나라를 위해서 이 모두를 위해서 용기있는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또 믿고 싶습니다.”
곧바로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흥분된 목소리로 김 최고위원의 말을 받아쳤다. 비박근혜계로 유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지난 2월 당선된 원 정책위의장은 ‘유승민 정국’에서 줄곧 말을 아껴왔다.
“긴급 최고위원회가 끝난 지 불과 3일밖에 안 됐습니다. 지금 일주일이 됐습니까, 열흘이 됐습니까. 저는 계속 유 원내대표 보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게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됩니까. 유 원내대표 본인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종합해서 판단하게 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사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장 바꿔서 좀 생각해야 합니다!”
김 최고위원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원 정책위의장의 말을 맞받아치려는 순간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라며 김 최고위원을 제지했다.
순식간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제 뜻이) 잘못 전달되면 안 됩니다.”(김태호 최고위원)
“회의 끝내겠습니다. 회의 끝내!”(김무성 대표)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김태호 최고위원)
“마음대로 해!”(김무성 대표)
“김 최고위원, 고정해!”(이인제 최고위원)
김무성 대표는 벌떡 일어나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등에 대고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까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당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태호 최고위원의 팔을 잡았다. 뒤에선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에이, 새끼야 그만하라”고 내질렀다.
김 최고위원은 억울한 듯 회의장을 나가면서도 소리쳤다. “사퇴할 이유가 왜 없습니까. 무슨 이런 회의가 있습니까!”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김태호 최고위원이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발언이 최고위 결정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동안 고개를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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