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잘못된 싸움입니다. 하지만 피하지 않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이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향해 진한 아쉬움이 담긴 공개편지를 썼다. 김 전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남 운동권 출신으로) 그렇게 설움 받던 우리 둘이 꼭 대구에서 싸워야하겠느냐”며 안타까워하면서도 “대구 시민이 정의롭게 심판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문수 전 지사의 대구행을 보며’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김 전 의원은 “한국 정치에는 비극이 하나 있다. 영남에서 태어나 민주화운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든 경우가 그렇다”며 자신과 김 전 지사가 여야 양쪽에서 비주류의 처지임을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운동권 출신은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새정치연합에서 영남 출신은 항상 소수파에 불과하다. 김 전 지사가 보수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대구로 온 것처럼, 나 역시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섬으로써 (영남 출신 새정치연합 정치인으로서) 소외감을 돌파하고 싶었다”고 썼다. 두 사람은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김문수)과 재야운동(김부겸)을 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나이는 김 전 지사가 7살 많다.
김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두 사람이 여야 후보로 맞서야 할 현실에 대해 “누가 뭐래도 잘못된 싸움”이라며 안타까워하면서도 “피하지 않고 금도를 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운동권 출신으로 각자 당은 달랐지만 동병상련의 처지 아니었느냐”며 “인간적으로 신뢰하는 선배와 내년 총선에서 겨뤄야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착잡함과 비애가 몰려왔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