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국회법 개정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새정치, ‘국회법 중재안 수용’ 한배
대통령 거부권 행사따라 입장갈려
대통령 거부권 행사따라 입장갈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법 중재안’이라는 한배에 올랐지만, 두 사람의 종착지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리고 정 의장과 여야의 맞대응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두 원내대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만일 박 대통령이 국회법 중재안을 수용한다면,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게 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내 입지를 추스르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민생법안 처리 등에 집중하게 된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 논란의 시발점인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6월 임시국회에서 관철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숙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야당이 대통령 거부권이 무서워 원칙을 저버렸다’는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까지의 예상대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국은 청와대, 여야 할 것 없이 또 한번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당장 여권이 자중지란에 놓이면서 유 원내대표는 거취를 도전받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친박근혜계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승민 불신임’ 메시지로 해석하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 원내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친박계 등 상당수 의원들은 다시 넘어온 국회법 중재안을 19대 국회 종료 때(2016년 5월)까지 본회의 재의결에 부치지 말고 자동폐기시킬 것을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결정적 순간에 늘 한 걸음 물러섰던 김무성 대표도 이쪽에 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야당은 재의결에 부칠 것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당·청 갈등은 여야 갈등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유 원내대표는 ‘샌드위치’ 압박 속에 스스로 자신의 이전 주장을 꺾고 거센 압박에 굴복하든지, 아니면 맞서 싸우든지 기로에 서게 된다.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원내대표직 유지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입법부의 대표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직권으로 본회의 재의결에 부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자신과 여야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끌어낸 중재안을 박 대통령이 거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을 설득해 중재안 수용을 이끌어낸 것도 정 의장이 이런 선택을 할 것이란 판단에 근거했다고 한다.
재의결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며,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가결되면 유·이 두 원내대표 모두 승리를 거두게 된다. 박 대통령은 ‘레임덕’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는다. 무기명 투표라 하더라도 3분의 2 득표가 쉽지만은 않다. 부결되면 유 원내대표는 사실상 사퇴가 불가피하다. 이 원내대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겠지만 ‘확실한 약속도 없이 새누리당에 휘둘렸다’는 당내 비판에 놓일 수 있다.
황준범 이정애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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