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등 야 의제 차지 ‘합리적 보수’
단기적으론 야당에 정치적 과실
장기적으론 내년 총선에서 불리
단기적으론 야당에 정치적 과실
장기적으론 내년 총선에서 불리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 및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유승민 딜레마’에 빠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당내 친박 인사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데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을 연계해 밀어붙인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몰아붙이면서 새정치연합으로선 유 원내대표가 어떤 의미에선 ‘적’이자, ‘아군’이 되고 있다.
딜레마의 이유는 ‘유승민 체제’로 인해 기대되는 야당의 ‘단기이익’과 ‘장기이익’이 충돌한다는 데 있다. 단기적으로는 ‘합리적 보수’로 불리는 유 원내대표의 유연한 협상태도가 여야간 충돌을 막고 야당에도 정치적 과실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체제가 안착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오히려 새누리당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정무적 고민도 새정치연합 내부에 있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의 핵심인사는 3일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을 유승민 체제로 치른다고 생각하면 아득하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는 복지를 위한 증세, 중부담-중복지 같은 야당의 핵심 의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유승민이 성공하면 내년 총선은 필패”라고 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도 “지금 마음 같아선 ‘유승민 구하기’에 발벗고 나서고 싶기도 하지만, 사정이 간단치 않다. 유승민과의 ‘신의’도 중요하지만, 우리 당도 살아야할 것 아니냐”고 했다.
새정치연합의 6월 국회 대응 전략에도 새정치연합의 복잡한 심사가 드러난다. 새정치연합 은 겉으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6월 국회는 끝”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닥치고 강경’식의 대응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위헌 시비의 쟁점이 된 시행령 수정의 ‘강제성’ 문제를 지금 상태에서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그래서 나온다. 대립각을 입법부-행정부 구도로 이끌려는 의도다. 원내 관계자는 “여당 원내지도부가 ‘강제성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가 ‘강제성이 있다’고 맞서면 여야간 대립이 되고, 청와대에 거부권 행사의 명분만 주게 될 수 있다. 지금은 유승민에게 힘을 실어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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