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 인터뷰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1일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를 향한 자신의 메시지는 “사퇴 요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내 갈등이 더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며 “문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 청산 의지만 밝히면 기꺼이 당의 수습과 쇄신을 위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의원회관 김 전 대표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당 내홍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이 크다.
“주류·비주류, 친노·비노가 함께 가야 한다. 지난번 문 대표와 3시간 동안 한 얘기도 원칙만 분명히 밝히면 내가 말석에서라도 돕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표에게 밝히라는 원칙이 뭔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다. 문 대표를 당대표로서 인정하고, 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존중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사퇴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문 대표는 친노도, 패권주의도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인다.
“국민과 지지자, 당원들 생각은 그게 아니다. 어제 성명을 통해 ‘친노-비노 분열을 극복하자’고 한 초·재선 의원들도 친노라는 세력이 실체로서 존재한다는 것, 패권주의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들을 지적하고 있지 않나. 원칙적인 의지 표명이라도 해야 한다.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는 그다음 문제다.”
-혁신기구라는 해법에 동의하나?
“혁신기구는 간판만 있고 권한과 책임, 역할이 뭔지가 불분명하다. 위원회 구성을 계파 안배식으로 가도 곤란하다. 지금 명실상부한 계파는 친노 말고는 없다. 나머지 계파는 소멸했거나 빠르게 소멸중이다. 지금 문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당을 제대로 혁신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른바 ‘비노’라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신·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
-비노 의원들이 갖고 있는 불신·불안은 2012년 총선 공천 때문인가?
“당시 공천이 ‘계파 공천’이었다는 건 비노뿐 아니라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 아닌가.”
-야권 지지자들은 인적 쇄신을 강하게 요구한다.
“이기기 위해 필요한 쇄신이라면 망설여선 안 된다. 정권교체를 위해 희생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얘길 지금 하는 것은 당을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문 대표에게 ‘타협하라’고 말하는 건 결국 기득권을 지켜달라는 요구 아닌가?
“기득권 인정해달라는 게 아니다. 문 대표가 비판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분열도 치유된다. 서로 문을 닫아걸고 반목하면 총선·대선은 필패다.”
-친노는 2002년 후단협의 ‘노무현 흔들기’의 악몽을 떠올린다.
“2002년 9월 중순 노 후보의 요청을 받고 나는 뒤늦게 캠프에 합류했다. 55%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15%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노무현을 재벌 2세한테 팔아먹는다’는 비난을 감수해가며 나는 최선을 다해 정몽준과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당시 단일화 경선에서 노 후보가 패하면 이민을 떠날 생각까지 했다. 문 대표가 가장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라면 나는 2002년 노무현 당선을 위해 그랬던 것처럼 문 대표를 위해 죽기살기로 뛸 것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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