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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선거의 왕자’ 김무성, 숨 고르며 제 색깔 낼 듯

등록 2015-04-30 19:41수정 2015-05-01 00:49

4·29 재보선 이후

성완종 리스트 선제 대응
박근혜 마케팅 접고 홀로서기 성공
당·청 관계 등에 힘 실릴듯
일각 “독이 든 성배 될 수도”
4·29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여권의 권력지형에 변화가 감지된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재보궐선거 완승을 이끌어낸 김무성 대표의 여권 내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특히 이번 선거 완승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선거의 여왕’이라는 왕관을, ‘선거의 (남)왕’이란 표현과 함께 넘겨받기도 했다.

30일 당 지도부에선 김 대표를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의 여왕’이란 말이 있는데 ‘선거의 남왕’도 있다. (김 대표를) 앞으로 그렇게 존칭하겠다”고 치켜세웠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위기의 순간마다 치밀한 선거 전략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김 대표에게 특별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뒤 두차례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에 내리 완승을 안겨줬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박 대통령 측근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줄줄이 연루된 것을 계기로,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내놓던 ‘박근혜 마케팅’을 접고, 철저히 ‘홀로서기’ 모드로 선거를 치렀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의 경질을 선제적으로 요구하고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박근혜’와의 거리 두기에 성공했다. 덕분에 ‘성완종 리스트’ 파고가 새누리당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청 관계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 대표가 굳건해진 여권 내 입지를 기반으로, 청와대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기만의 ‘색깔’을 낼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공공행정학)는 “재보선에서 야당이 패배했다고 해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완전히 정리된 게 아니다. 여전히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진정성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남은 만큼, 김 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다음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청와대도 김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당분간은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성완종 정국에서 김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왔다”며 “선거까지 승리해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 의존도는 당분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바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고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김 대표 본인도 가급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원만하게 상황을 조정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 승리가 내년 총선 등에서 ‘독이 든 성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가 김 대표가 독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오히려 지금의 강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당청 관계가 벌어져 당 입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 한 인사는 “이번 선거는 야권 분열로 승리한 측면이 크다”며 “야권이 다시 결집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성완종 파문 이후 당을 새롭게 재정비하지 않으면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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