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 정동영 관악을 출마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새정치 문재인 체제 도전 직면
‘수도권 2승1패’ 전략도 차질
‘친노 거부감’ 호남표 공략 정동영 ‘신당 동력+개인적 입지’
두 토끼 잡기 위해 승리 절실 신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이나 야권 재편 과정에서 정치적 입지 회복을 노리는 정 전 의원에게도 보궐선거 승리가 절실하다. 국민모임으로선 4월 재보선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동안 추진해온 신당 창당과 진보 재편의 동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 경우 내년 총선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의 호남권 안착’을 고향 전주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던 정 전 의원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출범 당시 정 전 의원에게 ‘재보선 불출마 선언’까지 요구했던 국민모임이 최근 태도를 바꿔 정 전 의원의 출마를 거듭 압박한 것이나, 내년 전주 출마가 유력했던 정 전 의원이 ‘재보선 불출마 약속 번복’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 관악을 출마로 선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정 전 의원 쪽은 인지도 우세를 바탕으로 ‘친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지역의 호남표를 공략하고 정의당·노동당과 후보를 단일화하면 당선도 바라볼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곤혹스런 상황이다. 대표 취임 뒤 ‘경제 정당’, ‘안보 정당’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4월 재보선을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 선거로 치르려던 구상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칫 ‘박근혜 심판 선거’가 아니라 ‘문재인 평가 선거’로 재보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문 대표 쪽 관계자는 “당혹스럽다. 문 대표 체제 출범 뒤 야권 전체에 (문재인 중심의) 구심력이 커지고 있었는데, 분열의 원심력과 너무 일찍 맞닥뜨렸다”고 했다. 좌(정동영·천정배)와 우(새누리당)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상황이어서 전략과 메시지를 잡기도 쉽지 않다. 최근 ‘천안함 폭침’ 발언으로 상징되는 문 대표의 ‘안보 우클릭’ 행보를 두고 새누리당과 진보진영으로부터 정반대의 공격이 들어오는 게 전형적인 예다. 재보선 전체 판세도 요동치고 있다. ‘수도권 2승 1패’까지 넘보던 새정치연합은 ‘수도권 전멸’ 우려에 휩싸였다. 애초 이날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기로 했던 새정치연합이 관악을로 급히 일정을 변경한 데서도 이런 위기감이 묻어난다. 성남 중원은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의 출마로 지지표가 분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서구강화을은 새누리당이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공천한 뒤 ‘인천시 재정파탄 책임론’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구상이었지만, 전통적 열세지역의 판 자체를 뒤집는 게 쉽지는 않다. 광주 서구을은 지역 국회의원들의 조직표를 긁어모아 천정배 전 의원의 인물론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지만, 지역 의원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자칫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정 전 의원의 출마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내심은 여유롭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당시 활용한 ‘지역 일꾼론’으로 이번 선거를 치른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우리 당 후보들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토박이 인물”이라며 “‘지역일꾼론’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야권이 다자구도로 나뉘게 됐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속내도 읽힌다. 강석호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악은 지난 27년간 야당 텃밭이었다”며 “야권 후보들이 정해진 상황에서 인지도가 높은 정 전 장관이 출마했으니, 아무래도 여당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김경욱 기자 monad@hani.co.kr,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