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직 깎고 중하위직은 유지’
야당 개편안에 여당 ‘부실’ 비판
공무원단체, 문재인 면담 요구
야당 개편안에 여당 ‘부실’ 비판
공무원단체, 문재인 면담 요구
새정치민주연합이 25일 자체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편안의 윤곽을 공개했다. 현행보다 공무원들이 내는 돈(기여율)은 올리고 받는 돈(연금)은 조금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여당안과 가장 큰 차이는 재직자와 신규 입직자의 연금 산정 방식에 차이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각자의 안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5월 초까지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모호하고 부실한 대안”이라고 비판했고, 공무원단체도 “수용하기 어려운 안”이라고 반발했다.
국민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설명회를 열어 현행 7%인 기여율(보험료율)을 최대 10% 수준까지 올리되, 중하위직 연금액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상위직 연금은 깎는 자체 개편안을 내놨다. 새정치연합 안에는 국민연금처럼 고액 수령자의 연금 일부를 깎아 저액 수령자에 더해주는 소득재분배 방식도 일부 도입됐다. 현행 제도에서 9급으로 입직해 30년 뒤 퇴직하는 공무원은 통상적으로 월 137만원의 연금을 받게 되는데, 야당 안에 따르면 132만~137만원을 받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7급 입직자 이상은 현행 제도보다 수급액이 깎인다. 새정치연합은 또 퇴직수당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보험료가 오르는 현직과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퇴직 공무원의 연금은 일정 기간 동결하기로 했다.
강 의장은 재직자와 신규 입직자를 구분해 2016년 이후 입직자부터는 국민연금 수준의 연금을 받도록 한 정부·여당 안에 대해 “공적연금을 ‘반쪽 연금’으로 전락시켜 적절한 노후보장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타협기구 노후소득분과위원장인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도 “정부·여당 안은 공적연금을 무력화해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려는 포석”이라며 “이건 숫자놀음이 아닌 당의 연금 철학이 걸린 문제여서 결코 양보가 어렵다”고 못박았다.
새정치연합은 전날까지도 자체 개편안을 공개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24일 원내대표단과 연금특위 소속 의원 간담회에서 우윤근 원내대표 등이 ‘안도 내놓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처럼 비쳐선 곤란하다’며 개편안 공개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내지도부는 연금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4·29 재보궐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개편안에 대해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애매모호한 표현뿐인 야당 개혁안은, 무척 허무하다. 개혁 취지를 실현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깎아내렸다. 새누리당에선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원진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재직·신규자 이원 모델’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만, 청와대 태도가 완강해 전향적인 협상안 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단체의 태도도 변수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의 김성광 공동집행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러운 안이다. 정치권이 당사자와 논의 없이 각자 안을 내기 시작한 것 자체가 정치권의 야합”이라고 반발했다. 공투본은 이날 저녁부터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표가 공무원 노조의 동의 없이 연금개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오늘 야당의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며 야당안 백지화와 문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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