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호’ 정치적 부담 덜기
‘문재인호’의 첫 시험대가 될 새정치민주연합의 4월 보궐선거 공천이 ‘전 지역 경선’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일어날지 모를 당내 갈등 여지를 줄이고,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도 경선을 치러 후보를 선출할 방침이어서, 4월 보궐선거는 여야 모두 전략공천 없이 경선으로 후보를 뽑는 이례적 구도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표는 12일 의원총회에서 “4월 보궐선거 얘기가 많이 나온다. 선거기획단을 계획대로 조속히 구성해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 쪽 관계자는 “공천 문제를 공식 논의한 적은 없지만, 측근 의원들 사이에선 ‘경선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 지역 경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에선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3곳(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모두 전·현직 국회의원과 현역 지역위원장 등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실질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상태다.
문 대표 쪽이 ‘전 지역 경선’ 방침을 정한 것은 전략공천을 할 경우 탈락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고,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문 대표에게 오롯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의 조기 퇴진으로 이어진 7·30 재보궐선거의 학습효과다. 문 대표와 가까운 수도권 의원은 “선거일까지 80일도 남지 않았는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필승카드’를 내놓는다며 전략공천을 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문 대표가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상처 입는다”고 말했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3곳은 2012년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였던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선된 야권 강세 지역이지만, 야권 후보 난립 가능성 등으로 새정치연합엔 3곳 모두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정체성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사전심사를 거쳐 결격 사유가 없으면 모두 경선에 참가시키는 수밖에 없다. 당 전략 단위에서 실무적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을에는 문 대표 측근인 정태호 지역위원장과 김희철 전 의원, 성남중원에는 초선 비례대표인 은수미 의원과 정환석 지역위원장,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등이 출마 뜻을 밝힌 상태다. 광주 서구을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영택 지역위원장과 김하중 당 법률위원장, 김성현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탈당설이 돌던 천정배 상임고문도 최근 서구을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