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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문재인 “뼈마디에 사리 몇 알 생겼을 것”

등록 2015-02-05 19:51수정 2015-02-06 08:26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가 5일 낮 국회 의원회관 직원식당에서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판에 반찬을 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가 5일 낮 국회 의원회관 직원식당에서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판에 반찬을 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새정치 전대 후보 동행기 ② 문재인
네거티브 논란에 “겪어야할 진통”
5일 오후 3시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는 긴급 성명을 냈다. ‘반드시 연꽃을 피워내겠습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대표에 선출되면 ‘네거티브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분열상을 극복하고 당내 화합과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진흙밭에 뿌리박고 피어나는 연꽃’의 생리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당을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다음 제 역할은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와 2016년 총선 결과에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여론조사 합산 규칙 논란 이후 결집세를 보이는 ‘비노 유권자층’을 향해 ‘설득과 위무’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새벽1시쯤 토론자료 전달
예상문답에 가필 흔적 빼곡

박후보 공세에 보일듯말듯
한숨 내쉴뿐 대응 삼가
“우리끼리 싸우지 않겠다”

이날 오전 8시50분, 서울 구기동 집 앞에서 만난 문 후보의 얼굴에선 ‘피로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당내 경선 일정이 너무 길다”는 푸념도 털어놨다. 계단을 내려서는 문 후보의 등 뒤로 아내 김정숙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쫓아 내려왔다. “양복, 양복. 주머니 덮개가 말려들어갔다니까요.” 멋쩍게 매무새를 고치고 승합차에 오르더니, 이번엔 안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플라스틱 캡슐 꼭지를 따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인후염 때문에 먹는 약이라고 했다.

의원회관에 도착한 문 후보는 곧바로 당 ‘을지로위원회’ 초청 토론회에 대비한 자료 검토에 들어갔다. 새벽 1시쯤 그에게 전달됐다는 토론 자료에는 보좌진이 작성한 예상 문답에 문 후보가 취침 전까지 가필한 메모 흔적이 빼곡했다. 한정우 공보팀장은 “데이터와 메시지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 보좌진이 자료를 올리면 70%는 후보가 고쳐쓴다”고 했다. 토론회장으로 향하는 길에 ‘긴장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긴장이 왜 안 되겠습니까만….” 이어진 그의 말투에선 모처럼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오늘은 정책토론회잖아요. 정책과 혁신 비전을 가지고 토론하는 건 스스로 공부도 되고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죠. 다른 후보들에 견줘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 아닌가요?”

토론회는 무겁고 진지했다. 문 후보를 겨냥한 박지원 후보의 산발 공세가 있었지만, 미간을 좁히고 보일듯 말듯 한숨을 내쉴 뿐 대응 자체를 삼가는 모습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로 “우리끼리 사(싸)우지 않고 양극화와 사(싸)우겠다”고 할 땐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였고, 전매특허인 ‘플랫폼 정당’을 이야기할 땐 표정과 목소리에 돌연 활기가 돌았다.

오후에는 인터넷 팟캐스트 녹화와 일간신문 인터뷰, 라디오 토론회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휴식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간간이 취하는 쪽잠이 전부였다. ‘네거티브 논란’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낡은 정치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 아니겠어요?” ‘모범답안’ 같은 답변이다. 내친김에 수위를 높였다. ‘잘 참다가 ‘발끈’하고 말려드니 상대방도 계속하는 것 아닌가.’ 그제야 기대했던 반응이 온다. “토론회를 자꾸 그런 식의 비방전으로 이끌어가니까 화가 나는 겁니다. 저 개인을 비난하는 건 누구보다 잘 견뎌요.” 이어진 한마디가 압권이다. “이번 전대 치르며 뼈마디에 사리 몇 알은 생겼을 겁니다.”

문득 ‘성품 좋기로 소문난’ 그가 당대표 선거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진 않는지 궁금했다. “후회한 적 없습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 받아들여지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언뜻 ‘숙명론자의 고단함’ 같은 게 느껴졌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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