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 및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대회가 1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려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후보(왼쪽부터)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새정치 합동연설회 열린 광주 민심
“박지원에 호감” “총선 이기려면 문재인”
“박지원에 호감” “총선 이기려면 문재인”
“‘야당의 심장부’ 광주에서 결판 짓겠다.”
한결같이 ‘광주의 낙점’을 자신했지만, 2·8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앞둔 현지 분위기는 문재인 후보 쪽이 기대하는 ‘대세론’도, 박지원 후보가 공언하는 ‘(호남) 소외론’도 뚜렷하지 않았다.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18일, 광주 상무지구에서 만난 최성삼(68)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마뜩찮은 표정부터 지었다. “전당대회? 그런 걸 하긴 하는 갑디다만, 여그 사람들은 관심 없소.”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광주 시민 92%’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야당의 행태 자체에 냉소적이었다. “대통령 떨어진 양반이 당 대표하겠다는 것도 ‘거시기’하지만, 디제이(DJ) 이름 팔아 대장 노릇하려는 사람도 맘에 안 드요.” 계림동에서 만난 김설희(43)씨는 전당대회는커녕 정치 상황 전반에 무관심했다. “당 대표는 얼마 전에 뽑지 않았소? 먼 놈의 당대표를 그리 자주 뽑는다요? ” 시민들의 이런 반응을 두고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정치적 효능감이 극도로 떨어진 결과”라고 했다. 대선 패배와 안철수 세력과의 합당, 최근의 계파 갈등을 보며 제1야당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론 주도층에서 나타나는 신당에 대한 관심도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당원들 반응은 시민들과 일정한 온도차가 있었다. 전당대회 투표권을 갖는 이 지역 권리당원은 2만4000여명으로, 새정치연합 전체 권리당원의 9.4%를 차지한다. 규모는 많지 않지만, 광주라는 상징성과 이 지역 당원들의 ‘전략 투표’ 성향을 고려하면, 이번 전당대회에 이 지역 당원들의 표심이 미칠 파괴력이 상당하다는 게 각 후보 캠프의 일치된 견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다른 주자들에 견줘 전국적 인지도와 대중성이 앞서는 문재인 후보가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과 별개로, ‘친노’ 세력과 문 후보에 대해선 감정이 개운치는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30년 민주당원’이라는 김기순씨(58·자영업) 반응에서도 확인됐다. “문재인요? 우리가 그렇게 전폭적으로 밀어줬는디, 대선 끝나고 여그 와서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안 합디다.” 김씨는 2012년 대선 경선 때는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지만, 문 후보로 결정된 뒤에는 본선에서 “집안 일처럼” 뛰었다고 했다. 그는 “박지원에게 호감이 가지만, (박 후보에 대한 지역 지지가) 초반엔 압도적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라는 우려를 덧붙였다.
반면 광산구에 사는 임형문(41·회사원)씨는 문 후보를 찍게될 것 같다고 했다.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미지를 일신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는 “대선 직후엔 문 후보와 ‘친노’에 대한 실망감이 컸지만, 박근혜 정부 2년을 거치며 ‘친노-비노 프레임’이 약화됐다”며 “총선에서 이기려면 (호남색이 강한) 박지원보다는 문재인이란 간판이 낫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노사모’ 출신 30대 당원 최석진씨(회사원)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배가 고팠는디, 막상 밥상을 받아본께 입맛이 달아나 부렀어요.” 그는 “강한 야성과 리더십, 참신함”을 당 대표의 요건으로 꼽으면서도 “한 사람(문재인)은 계파 청산을 못할 것 같고, 다른 사람(박지원)은 지역색에 안주하고, 또 한 사람(이인영)은 ‘김근태의 적자’라고 하지만 ‘양강’을 뛰어넘기엔 벅차 보인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이날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은 저마다 ‘김대중 정신’ 계승자를 자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이 정립한 ‘서민·중산층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이 우리 당의 정체성”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대중경제’를 잇는 ‘소득주도 성장’ 전략으로 소득불평등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공천을 독식했던 친노 후보가 반성도 없이 당권·대권을 모두 거머쥐겠다고 한다. 김대중에겐 계파가 없었던 것처럼 내게도 계파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의 시대에는 친노와 비노가 없었고 영남과 호남이 따로 없었다. 오직 김대중의 전국정당론만을 부둥켜 안고 대중정당의 길로 달려가겠다”고 호소했다.
광주/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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