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조만간 진보진영 일각에서 추진하는 ‘진보적 대중정당’ 창당에 합류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27일 지지 그룹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 연말 모임에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뒤 실질적 창당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정 전 장관의 핵심 측근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의 변화가 난망해진 상황에서 당에 머무는 것은 정 전 장관 자신과 신당 추진파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고 결론내렸다”며 “‘정통’ 회원 등 전국의 지지세력을 규합해 창당에 힘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정 전 장관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결성된 ‘정통’은 전국에 200여명의 진성 회원이 활동 중이다.
앞서 정 전 장관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분들이 (새 정당 건설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은 (새정치연합에) 혁신 가망성이 없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모임의 신당 추진은) ‘세력’ 차원의 움직임이어서 ‘개인’ 차원에서 움직였던 과거 안철수 신당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해 ‘탈당’에 무게를 실었다.
진보진영의 야권 재편 요구에 부응한다는 명분을 업긴 했지만, 탈당은 정 전 장관에게도 적잖은 부담이다. 정 전 장관은 2009년 전북 전주덕진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돌아온 전력이 있다. 하지만 정 전 장관 쪽은 “5년 전엔 ‘배지’를 달기 위한 탈당이었다면, 이번엔 진보정치 복원과 야권 재편이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의 탈당 시기는 국민모임의 창당 준비가 본격화하는 1월 초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모임은 1월 초 세력 규합을 위한 전국 순회 토론회를 시작한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참여하는 신당이 야권 재편 과정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새정치연합 안에선 “대체 언제적 정동영이냐. 전북 일부를 제외하면 영향이 없을 것”이란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판을 흔들려면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중심인 광주·전남에서 세를 확보해야 한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유력인사의 합류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천 전 장관 쪽은 신당 흐름에 호감을 보이면서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천 전 장관은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장은 참여할 생각이 없지만, (당에 남아 혁신하는 것과 신당행 가운데) 어느 게 2017년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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