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왼쪽 둘째)와 당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진보당 해산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며 108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헌재 결정에 따른 파장은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주체인 정당의 운명을 사법기관이 결정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정당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가져오는 한편, 선고 결과에 따라 정국이 첨예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그러나 헌재의 재판관 구성이 보수 쪽에 기울어 있는데다, 선고기일을 갑작스럽게 앞당긴 것은 이미 해산 쪽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판단의 핵심은 통합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이 정한 정당해산 사유인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정당의 목적’에 관해서는 통합진보당이 강령으로 채택한 이른바 ‘진보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김일성 전 주석의 ‘진보적 민주주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란 주장이지만, 통합진보당은 “자본주의를 인정하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개념이고, 북한이 아니라 남미 좌파정권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당의 활동’과 관련해선 통합진보당이 폭력적 방법을 동원했는지가 쟁점이다. 법무부의 정당해산 청구 근거가 됐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이른바 RO사건)을 헌재가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판단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해산 결정땐 진보정치 위축
종북몰이 날개 달면서
북한문제 고찰 기회마저 박탈” 의원직 상실 여부도 함께 결정
명확한 법규정 없어 판단 촉각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만약 헌재가 정당해산 결정을 내린다면 진보진영과 자유주의 정치세력 전체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은 ‘종북’에 대한 단죄 차원을 넘어 통합진보당의 강령 자체에 대한 위헌 판단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 당이 표방하는 지향에는 동의하는 층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헌재 결정은 그들의 정신적·사회적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동의하는 이들은 ‘위헌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위험한 딱지가 붙게 될 수도 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국가권력과 통합진보당 지지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우려했다. 그는 “무리하게 해산 결정이 내려진다면 통합진보당 당원·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헌재 판결이란 법적 정당성을 등에 업은 공권력과 부당한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는 통합진보당 지지세력의 물리적 충돌 양상도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 ‘공안’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국 교수는 “앞으로 진보당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정의당보다 왼쪽에 있는 세력들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면서, 이른바 ‘강경진보’들을 고립시키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도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종북 프레임을 강화하고 보수 결집을 시도할 것”이라며 “최근 문제를 일으키는 극우 외곽단체들의 활동도 한층 기승을 부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와 무관하게, 이번 판결이 북한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 내부의 건강한 토론을 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치학계의 한 인사는 “통합진보당 내 일부 세력이 갖고 있던 북한 인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토론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기회가 헌재 판결 때문에 상실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헌재는 통합진보당이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도 결정한다. 이에 관해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법무부는 “의원직이 유지되면 정당해산 취지가 무력화된다”며 의원직 상실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국회에 의원직 제명을 판단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의원직 상실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세영 이경미 기자 monad@hani.co.kr
종북몰이 날개 달면서
북한문제 고찰 기회마저 박탈” 의원직 상실 여부도 함께 결정
명확한 법규정 없어 판단 촉각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만약 헌재가 정당해산 결정을 내린다면 진보진영과 자유주의 정치세력 전체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은 ‘종북’에 대한 단죄 차원을 넘어 통합진보당의 강령 자체에 대한 위헌 판단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 당이 표방하는 지향에는 동의하는 층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헌재 결정은 그들의 정신적·사회적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동의하는 이들은 ‘위헌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위험한 딱지가 붙게 될 수도 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국가권력과 통합진보당 지지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우려했다. 그는 “무리하게 해산 결정이 내려진다면 통합진보당 당원·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헌재 판결이란 법적 정당성을 등에 업은 공권력과 부당한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는 통합진보당 지지세력의 물리적 충돌 양상도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 ‘공안’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국 교수는 “앞으로 진보당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정의당보다 왼쪽에 있는 세력들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면서, 이른바 ‘강경진보’들을 고립시키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도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종북 프레임을 강화하고 보수 결집을 시도할 것”이라며 “최근 문제를 일으키는 극우 외곽단체들의 활동도 한층 기승을 부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와 무관하게, 이번 판결이 북한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 내부의 건강한 토론을 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치학계의 한 인사는 “통합진보당 내 일부 세력이 갖고 있던 북한 인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토론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기회가 헌재 판결 때문에 상실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헌재는 통합진보당이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도 결정한다. 이에 관해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법무부는 “의원직이 유지되면 정당해산 취지가 무력화된다”며 의원직 상실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국회에 의원직 제명을 판단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의원직 상실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세영 이경미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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