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부겸 전 의원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김 의원이지만, 새정치연합 당원들을 상대로 진행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그가 당대표에 출마할 경우 20% 가까운 지지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오는 등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 당권 경쟁 구도를 흔들 유력 변수로 부상한 탓이다. 김 전 의원를 향한 당내 계파들의 ‘구애’와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 전 의원과 함께 당권 경쟁의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박영선 의원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김부겸 전 의원이 나온다면 확실하게 도와드릴 생각이 있다”며 “조만간 김 전 의원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이번 전당대회에선 누가 이 당의 미래인지, 누가 이 당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대표 선출의) 기준이 돼야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김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전날 <내일신문>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김 전 의원이 저보다 더 둥글둥글 한데 조금만 더 각을 세울 수 있으면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마땅한 당권주자가 없는 비노 진영은 어떻게든 김 전 의원을 설득해 ‘친노 대항마’로 전대에 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중도 성향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의 한 의원은 “성격이 온화하고 노선도 합리적이어서 계파 갈등으로 찢긴 당을 치유하고 이끌 리더로 제격”이라며 “김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사실상의 ‘비노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집모는 김 전 의원쪽에 출마를 지속적으로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과연 ‘비노’ 후보로 나서 문재인 의원과 각을 세울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중립 성향의 수도권 재선의원은 “김 전 의원이 ‘친노’가 아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반노’ ‘비노’로 분류하기도 어렵다”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고민한다면 당내 최대세력인 친노와 척을 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한 3선 의원은 “김부겸은 우리(친노)와 가까웠으면 가까웠지, 비노로 묶일 인물이 아니다. 현재로선 (전대에) 출마 안 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나온다면 비노가 아닌 친노 후보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본부장을 지내는 등 친노 진영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내에선 김 전 의원이 최근 문재인 의원과 만나 거취 문제를 상의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김 전 의원이 늦어도 다음주에는 당권 도전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힐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전 의원은 11일 당내 토론회에 참석하기 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저 혼자 (출마를) 한다 안 한다고 밝히는 것은 뜬금 없는것 같다. 한국 정치를 냉정히 지켜보는 주변 분들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출마) 준비가 된다면 어떤 형태든 곧 입장 발표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전 의원쪽 관계자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여기저기서 나와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데, 후보 구도가 정리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해도 김부겸으로선 손해볼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주 대구에서 6·4 지방선거 당시 캠프 관계자 40여명과 회합을 가져 출마채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구시장 선거 당시 캠프 좌장을 지낸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지역의 당원과 지지자들 여론은 차기 총선을 위해 당내 선거에는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김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해 당의 정비와 혁신에 힘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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