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10월1일 정국 정상화를 희망한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표 회담을 제안한 뒤 나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표 회동’ 문희상 제안 일축
“30일 본회의 전까지 협상없다”
“30일 본회의 전까지 협상없다”
지난 26일 본회의 법안처리가 연기되면서 가까스로 파국을 면하는 듯했던 정국이 새누리당의 전면적인 대화 거부로 다시 한번 중대 기로에 섰다.
본회의 예정일을 이틀 앞둔 28일, 국회에서는 “만나서 얘기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만날 일 없다”는 새누리당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종일 이어졌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당장이라도 만나 세월호법 제정 문제와 국회 정상화 문제를 통 크게 일괄 타결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여야 당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문 위원장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김무성 대표와 통화한 뒤 “야당이 30일 본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먼저다. 그 전에 특별히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전면적인 대화 거부를 선언한 표면적 이유는 지난 2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약속’을 뒤엎고 본회의를 4일 뒤인 30일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이 30일 본회의에 참석하기 전까진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또 원내부대표단을 중심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 제출을 추진하는 등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강경 대응을 하는 이유는 야당을 상대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해 추가적인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누가 화내야 할 상황인지”라며 “우리한테 굴복하라는 거지”라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새누리당이 패권적인 다수결론을 앞세우면서 사실상 야권과의 협상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외투쟁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과 야당 내부의 자중지란을 이용해 사실상의 ‘백기 투항’을 야당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원내 관계자는 “이 기회에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을 무릎 꿇림으로써 이후의 협상 국면을 제 뜻대로 끌고 가겠다는 셈법”이라며 “한마디로 ‘정치’가 아니라 ‘통치’를 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새누리당의 강경한 태도를 두고 “정국운영 기조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세월호 특별법 추가협상 불가’ 방침으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야권 내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본회의 이후에도 국정조사를 비롯한 국회 일정이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당의 ‘강경 회귀’가 야당내 협상파의 입지를 좁히고 야권 지지층 내부의 ‘반박근혜’ 정서를 강화시켜 정국을 극한대치의 벼랑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시간을 벌었다고 안도하던 새정치연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걸린 형국이다. 29일 열릴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선 30일 국회 본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협상파와 강경파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사·기소권과 관련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류 변화를 계기로 당내에서 힘을 얻던 ‘등원론’에 급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이세영 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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