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트위터 대전’에서는 시민 자발성을 바탕으로 (진보세력이) 보수세력에 우위를 보였으나, 2차 ‘카카오톡 대전’에서는 심각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회가 24일 공개한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변질시켰나>라는 자료집 일부다. 이 자료집은 세월호 정국과 최근 두 차례 선거 국면에 펼쳐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전’에서 왜 야권이 고전했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자료집은 “지난 대선에선 트위터·페이스북이 공론형성 역할을 했으나 지나치게 정치화·이념화됨으로써 진영 내부의 논리 무장 도구로 축소됐다”고 꼬집었다. 반면 카카오톡에 대해선 “단체카톡방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보수세력이 이를 활용해 정보 생산과 유통을 조직화하는 경향이 발견된다”며 “특히 세월호 정국과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에서 보수세력이 여론 지형을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자료집은 보수쪽 카톡 메시지의 특징으로 △조직화된 세력에 의한 생산 △쉬운 메시지 구성 △유명인 사칭과 ‘카더라’식 전언체 등을 꼽았다. 자료집에서 눈에 띠는 것은 메시지가 세대별, 성별, 종교별로 타깃을 정해 공략했다는 점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배상·보상 내용 중 주부들에게는 생활비 보조, 청소년들에게는 대학입학, 취업준비생에게는 공무원 가산점을 각각 강조하는 방식이다. 세월호 특별법 내용은 여·야 합의로 진행된 것이고,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님에도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또 마치 김지하 시인이 세월호 유족들을 비난해 쓴 글처럼 꾸며 유포된 글은, 김지하 시인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50대 이상의 지식인들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또 세월호 피해자들을 추념하는 ‘노란 리본’을 주술적으로 해석해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메시지도 나왔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런 글들이 ‘일반 개인’이 아니라, 새누리당 또는 보수세력의 기존 지역·직능 조직을 통해 조직적으로 유포됐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분석이다.
반면, 새정치연합과 진보세력이 만들어 내는 카톡 메시지는 △행동을 촉구하는 당위적·교훈적 메시지 △쉬운 일상어가 아닌 정치적 수사 중심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기 보다, 자기 견해를 드러내고 동의를 구하는 방식에 주로 의존한 탓에 전파 범위가 열혈 지지층으로 제한되는 등 한계가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을 두고 에스엔에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나치게 편의적 분석”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카카오톡 메시지의 유통은 오프라인상의 소통을 온라인상에 재현하는 정도”라며 “문제는 야권에 ‘카톡 전략’이 없는 게 아니라, 중장년층에 소구할 정책과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