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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돌고돌아 문희상…쇄신보다는 ‘내홍 수습’에 공감대

등록 2014-09-18 20:41수정 2014-09-18 23:15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추천단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앞줄 오른쪽)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문재인(왼쪽 둘째), 정동영(맨 왼쪽) 상임고문 등 추천단회의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추천단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앞줄 오른쪽)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문재인(왼쪽 둘째), 정동영(맨 왼쪽) 상임고문 등 추천단회의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정치 문희상 비대위원장 추대 배경

세월호법·정기국회 현안 앞두고
내분 계속땐 당 존립 위기 우려
정세균 “구관이 명관”
문재인 “결론 잘 내렸다”
한쪽선 ‘2012년 실패 경력’ 거론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의 문희상 의원을 추대한 데는 당이 더 큰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내분을 수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정기국회라는 중대 현안을 앞두고 계파 간 암투를 지속할 경우, 당에 대한 환멸을 키워 당의 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시적 휴전’을 이끌어낸 셈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박영선 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문희상 카드’는 당의 구조적 한계를 거듭 노출시켰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문 의원은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의 임시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문 의원의 ‘재등판’은 당내에서 그만큼 갈등을 조정할 인물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당내에선 애써 “무난한 선택”이라고 해석하는 이가 많았다.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는 정세균 전 대표는 “구관이 명관이다. 무난한 선택으로 본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의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도 “잘 결론을 내렸다”는 반응이었다. 의원들 평가도 계파·선수를 떠나 비슷했다. 초·재선 모임 ‘더 좋은 미래’의 한 초선의원은 “비대위원장 경험도 있으니 무난한 카드”라고 말했다. 중도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의 한 재선의원도 “내분 상황을 더 끌어서 좋을 게 없다. 중진들이 잘 판단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런 반응에는 문 의원이 차기 당권과 대권에 대한 욕심이 없고, 계파색도 뚜렷하지 않아 당을 ‘탈 없이’ 관리할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 ‘범친노’로 분류되는 문 의원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평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요직을 두루 거쳐 구민주계 인사들과도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꼽힌다. 정치 성향도 ‘온건진보’에 가까워 중도파의 거부감이 적다.

새 비대위원장이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혁신 사령탑’이 아니라, 내년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임시 관리직’에 가깝다는 점도 문 의원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내정 직후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새 비대위는 ‘혁신형 비대위’로 갈 것”이라고 했지만, 당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혁신 비대위’를 표방하고 출범했던 박영선 비대위가 내분만 일으키고 좌초한 터라 혁신의 동력 자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비대위의 임기가 4~5개월에 불과하고, 이 기간 동안 세월호법 협상과 국정감사·예산심의 등 국회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문 의원이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한 차례 비대위원장을 지내 새 비대위원장으로서 ‘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 의원은 당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대선평가위원장에 임명했다가 대선 평가를 둘러싼 당내 논쟁 끝에 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돌고 돌아 문희상이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계파 갈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구체제의 주역에게 위기 상황의 당 관리를 맡기는 건 쇄신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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