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왼쪽)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판을 위해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한 뒤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7·30 재보선]
“총체적 파산” 책임론 일어
잇단 계파별 모임…비판 쏟아질듯
옛당권파 ‘비대위 구성’ 주장
일부선 정기국회 목전 ‘안정론’ 펴
합당 4개월만에 존립위기 치달아
“총체적 파산” 책임론 일어
잇단 계파별 모임…비판 쏟아질듯
옛당권파 ‘비대위 구성’ 주장
일부선 정기국회 목전 ‘안정론’ 펴
합당 4개월만에 존립위기 치달아
7·30 재보궐선거에서 ‘4 대 11’이라는 대참패를 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은 특히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을 당선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맞게 됐다. 지난 3월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과 안철수 체제의 새정치연합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친 뒤 4개월 만에 지도부가 존립 위기에 선 것이다. 합당 이후 체제 안정은커녕 두 세력 간의 유기적 결합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 지도부 거취 문제를 두고 두 세력이 맞설 경우 당이 다시 갈라지는 최악의 상황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합당 4개월 만에 전국 선거와 ‘미니 총선’을 치른 마당에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요구할 정치적 명분이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 중립 성향의 한 당직자는 “지도부 교체론이 나오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비상대책위 체제로 당을 이끌어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 지도부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무리하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워낙 큰 차이를 보였고, 무엇보다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체제에서 일방주의적인 ‘밀실공천’이 이뤄져 극심한 파동을 겪은 결과 패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도부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안일한 공천으로 빚어진 정치적 참사이자, 새정치연합의 총체적 파산”이라며 “지도부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내 옛 주류인 정세균 전 대표 쪽은 31일 저녁 계파 소속 의원들을 모아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고, 김근태 전 장관의 측근 그룹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도 새달 1일 긴급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31일 조찬모임이 예정된 초·재선 혁신그룹 ‘더 좋은 미래’도 재보선 패배 이후 혁신 지도부 구성을 요구하며 집단적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 그룹도 조만간 회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갈등의 최종 귀착지는 2016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차기 당권이다.
옛 당권파 쪽에선 지도부 퇴진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선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지도체제를 조기에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계파 간의 복잡한 역학관계 때문에 어느 쪽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합의가 되더라도 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를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르면 당대표 다음 서열인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당의 관리를 맡기게 된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는 옛 당권파 내부에선 당 사정을 잘 아는 외부 인사나 명망 있는 원로급 당내 인사를 추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일정상 8월20일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위원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점도 변수다. 지금의 새정치연합 구조상 당대표 투표권을 갖는 대의원은 지역위원장의 의지에 좌우되는 까닭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쪽에선 지역위원장을 자기 계파 인물로 채우는 게 급선무다. 수도권의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은 지역위원장을 유지하겠지만, 원외 위원장이 있는 지역은 공모를 통해 새 위원장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각 계파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치열한 암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은 지금의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는 경우다. 김한길·안철수 지도부 역시 이번 재보선 공천 초기에 특정 계파와 집단이 자신들과 가까운 후보의 발탁을 공개·비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지도부의 공천권을 흔들었다는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 진퇴를 두고 계파 갈등이 격화되면 당이 깨지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