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후보직 전격 사퇴를 선언한 기동민 후보(새정치민주연합)와 천호선 후보(정의당).
7.30 국회의원 재보선 앞두고 막판 선거판 요동
연이은 후보 단일화 수도권에서 ‘탄력’ 받을까
연이은 후보 단일화 수도권에서 ‘탄력’ 받을까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닷새 앞두고 막판 선거판이 출렁이고 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동작을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사실상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막판 단일화가 이뤄짐에 따라 그동안 수도권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던 야권이 상황을 잘 관리하면 상당한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단일화 물꼬는 동작을의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텄다. 기 후보는 24일 오후 3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후 노회찬 정의당 후보와 만나 최종 담판을 시도하리라는 예상을 깬 기자회견이었다. 기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제가 중심에 서서 하고 싶었지만 욕심이고 오만이었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전격적인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노회찬 선배께서 제 몫까지 하셔서 반드시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승리하셨으면 한다”며 “저의 이런 결정이 야권에 실망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에 발표된 몇몇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기 후보가 노 후보다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상태여서 그의 갑작스런 사퇴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그는 전날 노 후보와의 만남에서 “후배에게 양보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강한 출마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의 결단은 공천 파동과 야권 후보간의 힘겨루기 등의 행태에 실망한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동시에 차후의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누리당 후보와 야당 두 후보가 붙는 3자 대결에서는 기 후보가 노 후보보다 지지도에서 앞서지만,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양자가 맞붙는 일대일 구도에서는 노 후보의 경쟁력이 약간 더 있는 것으로 나왔다. 기 후보가 버티면 노 후보가 애초 공언대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기 후보 자신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상황을 맞게 되지만, 선거에서는 나 후보에게 패배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 경우 그는 자신의 자리만 챙기려는 정치인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만들게 돼, 정치적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지율이 높은 기 후보가 ‘대승적 결단’으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이번에는 정의당이 화답했다.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천호선 후보가 이날 오후 5시 넘어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천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 후보가 사퇴해 동작을에서 야당연대가 이뤄졌다. 당대당 연대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결단 대 결단은 새로운 결단을 요구한다”고 후보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천 후보의 사퇴 시점도 절묘하다. 이날 오후 6시가 넘으면 25일 사전투표 용지에 사퇴 사실이 표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6시 이전에 사퇴할 경우에만 후보자 아래칸에 ‘사퇴’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이 문구가 없을 경우 사퇴 사실을 모르는 유권자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이는 사표가 되고 만다. 오후 6시 이전에 두 사람이 사퇴한 것은 사전투표에서 무효표가 나오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조처로 보인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두 후보의 막판 사퇴가 7.30 선거에서 얼마나 시너지효과를 가질까? 일부에서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로 야권 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하는 동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기 후보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나경원 후보를 이기기는 쉽지 않은 판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래도 상황이 더 나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원 3곳도 수혜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임태희 후보와 접전을 벌이던 박광온 후보는 천 후보의 사퇴로 직접적인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이며, 인접한 손학규 후보(수원병)와 백혜련 후보(수원을)도 야권 단일화 효과를 어느 정도는 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원과 김포 등의 새정치연합후보들은 그동안 당 지도부에 동작을에서의 단일화 결단을 물밑에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일화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나경원 후보쪽 관계자는 “기 후보와 노 후보가 여론조사 등을 치열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단일화 효과가 클텐데 서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양을 취하는 바람에 그다지 큰 시너지효과가 생길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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