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사무실에서 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협약식에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왼쪽부터)와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 노회찬 정의당 후보,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협약을 맺은 뒤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24일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야권연대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후보직을 내려놓고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가 협상의 최종 시한으로 통보한 24일은 7·30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일(24·25일) 하루 전이다. 노 후보의 이날 발언은 단일화 협상에 미온적인 새정치연합을 향해 조기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한편, ‘협상 무산시 후보 사퇴’라는 극단의 배수진을 침으로써 이후 협상 국면에서 정치적 명분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 후보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라도 물러나 다른 후보가 단일후보로 승리하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당 지도부가 새정치연합과 공식창구를 통해 (단일화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단일화의 방식과 관련해선 “후보들 사이에 사사롭게 이뤄질 일이 아니라, 당과 당의 공식 창구를 통해 협의할 내용인 만큼, 개인적 유불리를 셈하지 않고 방식 일체를 당에 위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협상 시한을 24일로 못박은 것과 관련해 “25일이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단일화 없이 사전투표를 치르게 되면) 이후엔 (단일화가 되더라도) 모든 게 끝난 상황이라고 보고,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 후보의 조기 단일화 제안이 ‘사전 투표’라는 변수만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야권 내부의 시각이다. 신진인 기동민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앞서는 노 후보로선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단일화 경선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는 게 유리하지 않겠냐는 계산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기동민 후보 쪽은 “당장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 노회찬 후보에게 이기기 어렵다. 지금은 단일화 협상보다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해왔다.
노 후보의 ‘돌발 제안’에 새정치민주연합과 기동민 후보 캠프는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정의당 지도부가 아닌, 노회찬 후보가 제안한 내용인 만큼 기동민 후보 캠프에서 답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기동민 캠프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23일 오전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하지만 이 문제는 당 차원에서 정리를 해줘야할 사안”이라고 중앙당에 공을 넘겼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정의당이 요구해온 ‘당 대 당’ 협상을 사실상의 ‘나눠먹기 협상’으로 규정하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자간 단일화 협상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겠다”며 여지를 열어둔 상태였다. 정의당에 견줘 당 지지율과 조직력이 앞서는 만큼, 투표일에 임박해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관측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