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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 대통령 ‘공약 파기’ 비판해놓고 민주 ‘기초공천’ 현실 앞에 타협

등록 2014-02-25 20:23수정 2014-03-04 15:38

여야, 기초공천 폐지 놓고 고심

단체장 출마자 무더기 탈당 우려
유지 방침 정하고도 발표는 미뤄
안철수 ‘무공천’ 선언에 명분 밀려
조경태 의원 등 “공천 포기” 촉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파기를 맹렬히 비판해온 민주당이 공천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약을 어기는 바람에 민주당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약속 준수’를 내세워 공천을 포기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 쪽의 새정치연합(가칭)에 명분상 밀리는 모양새다.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당 안에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이 맞는 얘기지만, 공천을 안 하면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포기하면 (지방선거는) 새누리당 판이 되고, 이러면 기초 조직부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과연 야권 전체를 위해 옳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지역 의견을 수렴해보니 ‘공천 안 하면 조직이 와해된다’는 호소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약을 파기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 전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바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시민사회 등과 연대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공약 준수를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당공천 제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공천을 포기하면, 기초의원·단체장 출마자 3만명이 탈당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새누리당이 공약을 지키게 할 힘도 없지만, 핵심 당원의 대규모 탈당 사태를 감당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공천 유지 방침의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여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해온 마당에 스스로 공약을 어기는 모순에 빠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철수 의원이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겠다”며 기초 공천 포기를 선언해버려, 새누리당의 돌변으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설명을 뛰어넘는 설득력있는 대의명분을 찾기도 쉽지 않게 됐다.

결정을 무작정 미룰 수도 없는 처지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은 28일이지만, 27일 본회의에 관련 법안이 상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26일 공천 유지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조경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공약해놓고 지금 와서 말을 바꾸면 국민을 상대로 언어유희를 일삼는 정당으로 낙인찍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김한길 대표의 공천 포기 ‘결단’을 촉구했다. 당 전국청년위원회도 성명을 내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로 인한 당장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스스로 공천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촉구한다. 혹여 당이 공천권을 행사할 생각이라면, 상향식 공천 등 2002년부터 시행해온 것을 미사여구로 반복하는 수준이 아닌, 공천 폐지에 상응하는 혁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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