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정치는 골프처럼 최상의 플레이 힘드나요

등록 2014-01-07 19:17수정 2014-01-07 20:51

김계동 교수
김계동 교수
‘골프책 번역 외도’ 김계동 교수
정치학 공부 틈틈이 ‘골프…’ 번역
작년 봄엔 ‘자전거 과학’ 책 펴내
“골프 코치는 자기 기준 강요 안해
한국 정치도 좀 제대로 돌아갔으면”
골프 한 라운드에서 퍼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타수의 45%에 달한다고 한다. 2012년 세계골프과학총회에서는 퍼팅 성공률을 높이는 ‘평온한 눈의 순간’이라는 새 개념이 발표됐다. 내용은 이렇다. 퍼팅 전에 2~3초 동안 골프공 뒷부분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공을 때린 뒤에도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공이 놓였던 지점을 0.5초 정도 지켜본다. 퍼팅에 필요한 ‘시각정보’만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런 훈련을 통해 퍼팅 수는 평균 1.92회 줄고, 2~3m 거리에서의 퍼팅 성공률은 5%포인트 증가했다고 한다. 2011년 미국 프로골프 피지에이(PGA) 투어에 이를 적용해 보니, 186등의 최하위 선수가 라운드당 타수를 1.92회 줄이면 무려 139계단을 상승해 47위가 되는 결과가 나왔다.

김계동(61·사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가 이런 분석 내용을 담은 미국 시카고대학 출판부의 책 <골프의 과학>을 최근 번역해 명인문화사에서 출간했다. 스포츠과학 전문가인 마크 F.스미스 영국 링컨대 교수 주도 아래 생체역학 전문가, 피지에이 코치, 골프 클럽 제작자, 골프 데이터분석 전문가 등 8명이 공동집필한 책이다. ‘티에서 홀까지 최상의 플레이 방법’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타수를 줄이는 방법과 관련한 100여가지 해답이 다양한 일러스트와 함께 제시된다.

책을 번역한 김 교수는 뜻밖에도 국제정치와 남북관계, 정치외교사가 전공이다. 2012년 8월 <한반도 분단, 누구의 책임인가?>란 책을 집필한 뒤, 그해 치러진 대선 이후로 정치학 책을 잠시 놓았다고 했다. 대신 시카고대에서 나온 <자전거 과학>을 붙잡고 번역에 들어가 지난해 봄 출간했다. 마음을 다잡고 전공인 국제관계학 서적을 번역해 지난해 9월 내놓았지만 또 다시 정치학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나온 책이 <골프의 과학>이다. ‘힐링’을 위해 ‘번역외도’를 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전공인 정치학에 집중할 수 있게 우리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전쟁과 세계외교사를 다룬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집필중이다.

김 교수의 경력에는 요즘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국가정보원 이력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2010년까지 15년 동안 국정원 간부·정보관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국가정보대학원 교수로 일했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이 지휘한 국정원 개혁팀에 몸을 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정보기관은 분석기능이 중요한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쪽으로 편향되다보니 객관적 분석을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우리 정보기관은 똑똑한 사람을 뽑아서 지식과 분석보다 충성과 사상을 가르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최근 여야 합의로 이뤄진 국정원법 개정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문제가 된 국정원 파트들을 없애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살아나게 돼 있다. 과거 다른 정권에서도 반복됐던 일이다.”

정보기관이 생산하는 정보의 정치화 등을 다룬 책 <국가정보>를 번역하기도 했던 김 교수는, 요즘에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 출판사에서 펴낸 <비밀과 누설:국가기밀의 딜레마>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골프의 과학>을 번역하고 나서 “비거리가 20m 정도 늘었다”고 웃었다. “책을 보면 골프 코치는 자기 기준으로 먼저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사람마다 체형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런 특징을 따라가야지 자기 기준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코치의 역할이다.” 한국정치에 적용해도 그럴듯한 말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