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 장례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씨가 서울역 고가도로에 내걸었던 펼침막과 분신할 때 사용한 기름통, 쇠사슬 등 유품을 공개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빈소 벽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오늘 서울역광장서 영결식 열려
오늘 서울역광장서 영결식 열려
펼침막은 66㎡ 빈소에 다 펼쳐지지 않을 만큼 길었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 고 이남종(41)씨가 분신 전 내건 것들이다.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라고 적힌 펼침막 2개와, 같은 문구가 적힌 세우는 팻말(스탠딩 배너) 2개, 톱밥 한 박스, 몸을 묶었던 쇠사슬과 밧줄 등이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공개됐다.
“옷가지 등 유류품은 너무나 참혹해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고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 장례위원회’의 위원장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말했다. 전태일 열사를 분신으로 잃은 동생 전태삼씨는 “불꽃 속에서 하고 싶었던 고인의 말을 생각할 때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현실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입관예배에선 유족과 시민들이 눈물을 뿌렸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그가 결심할 때까지 우리가 무얼 했는가? 그가 남기고 간 몫을 우리가 어떻게 채워가야 할까?”라고 물었다. 빈소 들머리에는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이씨의 유서가 대자보로 나붙었다. 조문을 마친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부끄럽다. ‘특검 실시’는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2일 저녁부터 서울역광장에선 고 이남종씨의 분향소 설치를 두고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겨루기가 벌어졌다. 2일 밤 12시께까지 경찰 80여명에 막혀 분향소는 세워졌다 무너졌다 하기를 7차례 반복했다. 시민들은 3일 분향소를 세우려고 서울역광장에 모였지만 경찰에 막혔다. 이날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광주와이엠시에이(YMCA) 무진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전남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0여명이 분향했다.
이씨의 장례는 4일까지 민주시민장으로 치러진다. 4일 아침 9시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이 열리고 오후 3시30분께 광주 금남로에서 노제를 지낸다. 광주 망월동 민주묘역에 안장되는 때는 오후 5시다.
방준호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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