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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김한길 대표가 말한 ‘기쁜 소식’은?

등록 2013-12-30 21:38수정 2013-12-30 22:36

송호진 정치부 기자
송호진 정치부 기자
[철도파업 철회] 현장에서
순간 기자들이 술렁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0일 의원총회에서 철도 파업과 관련해 “기쁜 소식을 드릴 수 있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곧바로 비공개 의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철도소위) 구성을 전제로 철도노조가 파업을 풀기로 한 여야 합의 내용이 공개됐다.

시민들의 불편이 조금씩 늘고 있고, 파업 조합원들의 무더기 해고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큰 고비를 넘긴 것이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나서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때문인지, 당의 이런 노력까지 담아 ‘기쁜 소식’이라고 응축해 표현한 듯 보인다. 소위 구성은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다.

괜한 트집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기자는 유독 김 대표의 ‘기쁜 소식’이라는 들뜬 표현에 눈길이 쏠렸다.

민영화 논란을 부른 정부의 수서발 고속열차(KTX) 신규업체 추진으로 촉발된 철도 파업은 노동계의 심장인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공권력의 강제 진입, 조합원에 대한 대규모 중징계 최후통첩, ‘노-사-정 만남’ 당일 밤 단행된 철도운영 면허발급, 민주노총 총파업까지 21일간 숨가쁘게 흘러왔다. 이 과정에서 민심을 설득하려 들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그나마 야당이 여당을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시킨 철도소위는 대규모 사회적 갈등이란 대가를 치른 뒤 정치권이 내놓은 ‘뒤늦은 수습책’이다. 더구나 철도소위가 이번 사태의 후유증까지 해결할 방책을 내놓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철도소위 구성으로 파업이 풀린 것을 두고, 여권에선 오히려 ‘대통령의 원칙’이 결국엔 통했다는 자의적 해석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장기파업 끝에 나온 게 국토위 철도소위 정도다. 노동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김 대표의 표현이 ‘기쁜 소식’보다,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정도로 상처입은 노동계를 달래는 쪽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철도 파업은 우리 사회 대다수인 노동자의 삶을 정치가 제대로 껴안지 못하면 노동이 차가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고, 야당에 엄중하게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송호진 정치부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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