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간담회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공정하지 못하다”
“광화문에 사람들 많이 모여 청와대 신경 안 쓸 수 없게 돼”
“광화문에 사람들 많이 모여 청와대 신경 안 쓸 수 없게 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정부의 수서발 고속열차(KTX) 신규업체 설립 방침에 대해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대통령을 잘못 이해시키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잘못된 ‘정보 입력’ 문제도 꼬집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 의원은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근혜계 인사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한 오찬 간담회에서 “애초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기왕 경쟁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노선인데 그 자회사와 현재 적자 노선이 많은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다”며 “경쟁체제를 도입하려 했으면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에 경춘선이나 장항선 등 기존 코레일 적자 노선을 떼어준 뒤에 경쟁을 붙여야 공정한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철도 경영효율성 강화 논리가 근본적으로 틀렸을 뿐 아니라, 알짜 노선만 빼내주는 정부안은 최소환의 공정성마저 상실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경제학 용어인 ‘크림 스키밍’(유리한 시장만 선택적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민간 기업이 ‘알짜 구간’인 수서발 고속열차 노선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알짜만 모아주는 방식의 신규업체 설립 정책이 오히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수서발 고속열차 사업 접근을 부추기면서 민영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어제 광화문에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청와대에서 신경 안 쓸 수 없게 됐다”며 “적자가 나는 노선을 얹혀서 자회사 설립을 허용했으면 이렇게까지 반발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관련해서는 “최 사장은 원래부터 철도 민영화에 반대했던 사람인데 지금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새누리당 안에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경제통인 유 의원은 한동안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혀왔다. 하지만 친박계의 폐쇄성을 비판하는 등 쓴소리를 계속하자 박 대통령이 그를 멀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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