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국회 한때 파행…여야 극적 합의
장하나·양승조 발언 문제 삼아
전체회의 일방 연기 통보
여야 원내대표 협상 뒤 정상화
두 의원 제명안은 제출 강행
장하나·양승조 발언 문제 삼아
전체회의 일방 연기 통보
여야 원내대표 협상 뒤 정상화
두 의원 제명안은 제출 강행
새누리당이 10일 오전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의 ‘박정희 전철’ 발언과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대통령 사퇴’ 요구를 문제 삼아 국가정보원개혁특위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시키는 초강수를 뒀다가, 오후 여야 협상을 통해 특위를 정상 진행하기로 돌연 입장을 바꿨다. 새누리당의 국정원개혁특위 보이콧에 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참석을 거부한 민주당도 오후 늦게 예산안 심사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개혁특위와 예결특위 파행을 무기로 한 여야 대치는 한나절 만에 풀렸다. 다만 이날 예정됐던 국정원개혁특위의 국정원 기관보고는 여야 간사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결국 미뤄졌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본회의 직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조건 없이’ 국정원개혁특위와 예산안조정소위를 정상 가동하고, 1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오전에 국정원개혁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전체회의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새누리당이 다른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일정은 그대로 둔 채 국정원개혁특위만 콕 집어 보이콧을 함으로써,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빌미 삼은 대야 공세가 국정원 개혁 논의에 대한 물타기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특위 연기로 예산안을 다룰 예결특위 예산조정소위 첫날 일정까지 차질이 빚어지자 여권은 동요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예산소위는 40여분 만에 정회됐고,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국정원개혁특위 참여와 예산안 심사를 연계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원개혁특위 무력화는 사실상 4자회담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이날 오후 예정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불참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새누리당은 오후 여야 원내대표·수석부대표 회동 뒤 국정원개혁특위 보이콧 카드를 거둬들였다.
강대강으로 대치하던 여야가 신속히 절충을 이룬 것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파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정원 개혁을 관철해야만 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여야 합의 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파행으로 오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우리가 요구한 수준에 모자라지만, 일단 국회는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오전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추후 당의 단결을 해치거나 당의 이해와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단호하게 임하겠다”고 한 발언을 새누리당이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받아들인 것도 여야 합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전병헌 원내대표가 김한길 대표의 의총 발언을 가지고 최경환 원내대표를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김한길 대표의 발언은 직접적인 사과 표명이 아니라서 턱없이 부족하지만, 야당 대표의 보다 진전된 발언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회 의사일정 정상화 합의와는 별도로 소속 의원 전원 명의의 양승조·장하나 의원 제명 요구 징계안을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고, 민주당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도 계속 요구하기로 해 향후 여야 공방이 재연될 소지를 남겼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병헌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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