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운정회’ 창립식에 참석하려고 휠체어에 탄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종필 전 총리 기념 ‘운정회’ 총회
참석자들 “5·16 혁명 지도자” 칭송
JP “국립묘지 안가…고향 묻힐 것”
참석자들 “5·16 혁명 지도자” 칭송
JP “국립묘지 안가…고향 묻힐 것”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 쿠데타를 기획, 주도한 뒤 40여년간 정치판에서 영욕의 세월을 보낸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칭송하는 모임이 10일 발족했다.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립대회를 연 ‘운정회’다. 김 전 총리의 아호를 딴 이 모임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회장, 정우택·이완구·성완종 의원과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이 부회장을 맡았다. 사실상 충청 출신 정치인들이 중심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총리를 띄워 내년 지방선거와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득을 보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인사말에서 “저도 내일모레면 아흔이다. 이런 나이가 돼 돌이켜보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는지 후회막급이다”라며 “(죽으면) 국립묘지는 가지 않겠다. 조상과 형제가 누워 있는 고향(부여)에 가서 눕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회고록은 쓰지 않을 것이며 ‘영생의 반려자와 이곳에 함께 눕노라’는 비석만 하나 새겨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5·16 쿠데타에 대해서는 여전히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할 수 없다)을 인용해 “민주주의와 자유도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으면 있을 수 없다”며 쿠데타를 정당화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먼저 깔아야 한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걸 지탱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배고픈데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자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참석자들도 김 전 총리를 “혁명의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운정회의 회장을 맡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운정(김종필)은 반세기 전 5·16 군사혁명을 기획, 주도했고 반만년의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민족을 후원하는 데 기틀을 놓았다”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30대 후반의 혁명지도자로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고 칭송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통령 후보 시절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5·16 쿠데타를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총리는 2008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해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지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5년10개월 만에 국회를 방문한 그는 행사 내내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악수할 때는 불편한 오른손 대신에 왼손을 사용했다.
운정회는 김 전 총리의 발언과 행적을 정리해 책으로 내는 한편 충남 부여에 기념관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날 모임에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총리를 비롯해 심대평 전 충남지사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서청원 정몽준 이인제 이완구 정우택 김을동 성완종(이상 새누리당) 의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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