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공작 의혹’을 “직원 개인적 일탈행위”
“심리전은 기본임무” 계속 하겠다는 발언도
정치개입 두둔…박 대통령 발언과도 배치
“심리전은 기본임무” 계속 하겠다는 발언도
정치개입 두둔…박 대통령 발언과도 배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부 직원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면서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기소 내용조차 전면 부정하는 것이며, “(국정원)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10·31 수석비서관회의)이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먼저, 남 원장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 심리전단 활동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 발생한 개인적 일탈행위로 규정했다. 또, 심리전은 “(국정)원의 기본임무”라고 말했다. 심리전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남 원장은 앞서 국정조사 때도 “국정원 댓글 활동이 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노리는 북한 대남공작을 방어하는 정당한 안보활동”이라 주장하며 대선개입 의혹 제기를 “국정원 직원의 정상적인 활동을 대선개입으로 호도한 정치공작이며, 국정원 여직원 감금 등은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정당화했다. 기존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뿐 아니라 트위터 등 사이버상에서 광범위하게 대선개입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원세훈 전 원장에 이어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지휘계선에 있는 간부들도 법원에 의해 추가로 기소됐다. 검찰도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에서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은 피고인, 3차장, 심리전단장, 각 팀장 등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에 따라…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거나 추천·반대 클릭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하였다”며 조직적 활동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남 원장은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트위터 대선개입에 대해서도 축소하거나 부인했다. 남 원장은 “5만여건의 트위터 중 2만여건만 국정원 직원 것이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정원 2차장이 “국정원 직원 계정으로 확인된 것은 2300여건이고 나머지 2만6000건은 계정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이를 번복하자, 남 원장도 “내가 잘못 답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18일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던 점을 감안하면 “계정 확인중”이라는 국정원의 답변은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실체를 은폐하려 든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국정원은 검찰 수사 때 국정원 직원의 트위트 계정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검찰의 요구에 “아니다”고 거짓 답변을 하고, 심리전단 직원의 명단 제출조차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사실상 두둔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남 원장의 이런 태도는 2005년 7월 국정원(김대중 정부) 도청 사건이 터졌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승규 원장이 즉각 철저한 자체 조사를 통해 검찰에 자료를 넘기고 국민에게 사과한 것과 비교된다. 문병호 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남재준 원장이 정보위 국감에서 대북심리전 활동이 국정원 기본임무라고 강변한 것은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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