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안바꾸고 조직만 떼어붙일 듯
외부 자문단 회의 단 1번만 열어
‘대선 5만건 트위트’ 드러나면서
비판 커질까 보고 시점 재검토
남재준 “10월중 보고” 못지킬듯
외부 자문단 회의 단 1번만 열어
‘대선 5만건 트위트’ 드러나면서
비판 커질까 보고 시점 재검토
남재준 “10월중 보고” 못지킬듯
남재준 원장이 “10월 중 국회 보고”를 호언했던 국가정보원의 자체 개혁안 발표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5만건이 넘는 새로운 증거(트위트)를 법원에 제출하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상황에서, 대공수사권 등 ‘국정원 기능 강화’로 방향을 잡은 국정원 자체 개혁안이 자칫 힘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편 대상이 된 국정원 내부 조직의 불만과 반발도 자체 개혁안 마련을 더디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체 개혁안을) 10월 중에 확정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겠다”며 “이적단체와 간첩 적발을 위해 국내외 (국정원) 활동을 융합하고, 국내 대공수사파트를 대폭 보강하겠다. (국정원) 운영이든 조직이든 정치개입은 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남재준 원장이 스스로 제시한 ‘납품기한’을 사흘 남겨둔 29일까지도 국정원의 셀프 개혁안 제출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정원 관계자는 “개혁방안이 조직개편과 연결된다. 조직개편은 인사와도 연결된다. (조직개편의)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한 상황에서 자체 개혁 태스크포스(TF)팀에서 안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이 축소·폐지되는 일부 대상자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10월 중 보고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재준 원장이 ‘10월 보고’를 장담할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국정원은 야당이 정기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을 벼르던 8월29일 터뜨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수사로 국정원의 대공수사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없다는 검찰 중간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 6월 대화록 무단공개도 나름대로 명분을 얻게 됐다. 남재준 원장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대공수사파트 대폭 보강’을 자체 개혁안에 포함시키겠다고 호기롭게 공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검찰이 법원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 트위트 5만5천여건을 새로 공소장에 추가하겠다고 신청하면서 국정원의 애초 계획은 엉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트위트건이 터져서 지금 국회에 개혁안을 보내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여야가 국정원의 개혁안을 보고받고 논의할 ‘주체’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도 국회 보고가 늦어지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 개혁안을 국회 정보위에서 논의할지, 아니면 야당 주장처럼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논의할지 여야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10월 중 국회 보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내부적으로 ‘개혁’이 아니라 ‘개편’하는 수준의 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요구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통한 큰 틀의 개혁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 없이 기존 조직을 이리저리 떼어붙이고 옮기는 식의 조직·운영 개편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개혁안 마련을 위해 김성호 전 국정원장을 단장으로 한 15명 규모의 외부 자문위원단을 꾸렸지만, 실제 회의는 딱 한 차례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원단에는 국정원 출신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개혁보다는 ‘모양 갖추기’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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