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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문재인 “박대통령 불공정 대선 수혜자…무거운 책임져야”

등록 2013-10-23 20:14수정 2013-10-24 10:28

지난 대선 당시 국가기관 등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문재인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려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대선 당시 국가기관 등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문재인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려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성명 내고 진실 규명 촉구
“왜 대선불복이라 말하며
국민·야당 입 막으려 하나”

당 지도부와 상의없이 ‘통보’
“대선불복 논란 키울 우려”
“정치력 발휘” 반응은 엇갈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23일 국가정보원·국방부·국가보훈처 등의 대선개입과 검찰 수뇌부의 수사축소 압력 의혹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당연한 목소리까지 대선 불복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진실이 반드시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드러난 사실은 엄정하게 문책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고, 국가기관들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침묵하는 박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문 의원이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는 지난 9일치 성명에 이어 2주 만에 이런 의견을 또 낸 것은, 국가기관이 지난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검찰 수사가 외압에 떠밀려 좌초 위기를 맞고, 진실 규명 요구는 ‘대선 불복’으로 매도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성명을 내기에 앞서 ‘친노’ 인사들의 의견은 들었으나, 당 지도부에는 발표 직전에 일방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와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 의원은 성명을 낸 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왜 자꾸 ‘대선 불복’을 말하면서 국민과 야당의 입을 막으려는지 모르겠다.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박 대통령이 알았든 몰랐든 수혜자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 사실을 박 대통령이 직시하고, 그 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대선 불복으로 몰아가면서 침묵 속 버티기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문 의원의 성명을 두고, 당 안의 평가는 엇갈렸다. 박지원 의원은 “대선 후보였던 사람으로서 문 의원도 얘기를 할 때가 됐다. 대선 불복이 아니라 부정선거와 책임자 처벌, 제도적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다. 자꾸 새누리당이 대선 불복이라고 몰아가니 그게 아니라고 명확히 정리해주면서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문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함으로써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한 당사자인 문 의원의 발언이 자칫 여권과 보수세력의 ‘대선 불복’ 프레임을 강화·증폭시켜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을 “불공정” 대선의 “수혜자”라고 지칭한 대목 등은 인화성이 강해 보인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선 후보라는 상징성을 가진 문 의원이 나서면, 새누리당은 더더욱 대선 불복이라고 몰아세우지 않겠나. 당으로서는 부담이 있다”며 “물이 덜 끓었는데 (문 의원이) 라면을 넣어버린 느낌”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당이 방향을 잘 잡아서 하고 있는데, 대선을 치른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이야기하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고 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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