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3자회담을 여는 16일은, 민주당이 서울 시청광장에 천막을 치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한 지 47일째되는 날이다. 3자회담을 수용하기로 한 만큼 민주당은 회담 성과에 따라 천막을 접을지 말지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서게 됐다.

민주당의 분위기는 일단 ‘회담=천막 철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도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에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국정원 정치개입 등 국기문란에 대한 사과,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및 관련자 엄단에 대한 의지 표명,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게 강하게 요구할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사과나 남재준 원장 해임은 관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잇단 정치개입에 유감을 표명하고, 국회가 주도하는 국정원 개혁을 당부할 경우, 원외투쟁을 지속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의견들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에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한 박 대통령이 국정원 국기문란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 ‘국회 주도로 국정원 개혁을 해달라’는 정도를 얻어내면 민주당도 천막을 걷고 원내에 집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는 것은 어려우니, 대선개입 사건 특검과 국회 주도 국정원 개혁을 받아내도록 실질적 힘을 모아내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이 넘어오면 국회에서 집중 논의해달라는 수준에 머문다면 민주당이 원외투쟁을 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은 “우리가 지금 대통령한테 (민주당의) 뜻을 전달하지 못해서 이러는 게 아니지 않느냐. 국정원 개혁방향과 대선개입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회담의 성과와 추후 대응 과정에서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이 당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도 엄중한 책임을 느끼는 듯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정권의 낡은 악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국민 통합주의자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