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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무기력 새누리 “식물정당” 자조

등록 2013-03-27 20:24수정 2013-03-27 22:39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향식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는 동안 황우여 대표(왼쪽)가 메모를 하고 있다. 남 의원은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해임과 관련해 “차제에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방송문화진흥회나 한국방송 이사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향식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는 동안 황우여 대표(왼쪽)가 메모를 하고 있다. 남 의원은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해임과 관련해 “차제에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방송문화진흥회나 한국방송 이사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국 주도할 논의 사라져
인사파동 제동 노릇 포기
“여당 기사는 당 공식회의가 아니라 라디오방송에서, 대표 등 고위 당직자가 아니라 대변인한테서 나온다.”

요즈음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평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인 새누리당 회의에서 정국 흐름을 주도하는 논의나 결정은 사라지고, 대신 의원들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별적으로 내놓는 소신 발언이 눈길을 끄는 정도다.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는 아예 회의 결과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민감한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라 논의된 주요 안건이 없었던 탓이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등은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해임에 따른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 문제는 남경필 의원이 대통령의 공약이니 대책을 마련하자고 주문했지만, 호응하는 사람이 없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 실패도 마찬가지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부터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까지 무려 7명이 낙마했지만, 여당에서 제동을 건 경우는 전무했다.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당 회의를 취소한 채 청와대로 들어가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새누리당발 뉴스메이커는 황우여 대표나 이한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아니라 이상일 대변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 촉구, 인사실패와 관련한 청와대 관련자 문책 요구 등이 그에게서 나왔다. 이 역시 당 지도부 지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민심에 민감한 언론인 출신 대변인의 ‘개인기’에 가깝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가 식물정당이길 자초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비공개 회의때 “서울 노원병에 공천을 하지 않은 민주당이 존립위기라는 내부 지적을 받는다는데 새누리당도 식물정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 대표 등 지도부가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고 있기 때문에 할 말을 하지 못한다. 당이 무기력해지면 결국 정권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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