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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관료주도형 내각…‘혁신 동력’이 안보인다

등록 2013-02-17 20:27수정 2013-02-18 08:32

뉴스분석 박근혜정부 내각 인선 완료
총리·장관 후보자 18명 중
관료 9명, 교수·연구원 6명
시민사회단체 출신은 0명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새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현오석 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명하는 등 11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이 완료됐다. 장관 후보자 17명 가운데 14명이 관료와 교수·연구원 출신이다. ‘관료·전문가 주도형 내각’이라 할 만하다. 국정운영의 전문성에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이지만, 집권 초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꾀하거나 대선 때 공약했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엔 미흡하다는 평이다.

이날 발표된 11명 가운데 정통 관료 출신은 1973년 행정고시로 관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에서 잔뼈가 굵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3명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지식경제부 1차관으로 재직중이다. 환경부 장관에 내정된 윤성규 한양대 교수도 환경부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앞서 13일 인선 때 발표된 고시 출신 5명의 장관 후보자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합하면 내각 구성원 18명(총리 포함) 가운데 관료 출신이 9명에 이른다. 교수와 연구원 출신은 6명이다.

전문가 출신으로는 세계적 아이티(IT) 연구소인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을 맡고 있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등이다. 앞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직업군인 출신이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13일 발표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 정치인 출신이 3명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탈정치형 내각’이다. 여의도 정치인을 배제했던 이명박 정부의 내각 구성과 닮았다. 다원화된 사회구조 속에 중요성이 더욱 커진 시민사회단체 등 비정부기구 출신도 없다. 각종 인선에서 전문성을 가장 중시해온 박 당선인의 인사 원칙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관료주도형 개발 모델’을 참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관료중심 내각은 과거 모델…설득력·융합력 기대 어려워

그러나 이런 ‘관료·전문가 주도형 내각’으로 각 부문의 갈등과 이해충돌을 조율해내면서 박 당선인이 약속했던 공약들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세계 경제 환경이 불안정하고, 우리 경제도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서 관료 위주의 인사를 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관료 출신들은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질적 전환을 이끌어내는 힘은 약하다. 그런 철학과 비전을 보이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제왕적 힘’을 지닌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원 아래 관료들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장관들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민간부문을 설득해야만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에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국민 소통과 국회 설득력, 부처간 융합력을 관료나 전문가들에게 기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그동한 밝혀왔던 것과 달리 국정 전반에 걸쳐 제왕적 대통령에 의한 직할체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 당선인이 선거 때 굳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관료와 전문가 중심으로 내각을 짠 것을 보면 정치를 배제하고 행정 중심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과거 모델이다. 전문성만 가지고 책임장관제를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거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거 발탁됐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번 인선에는 진영(부위원장), 윤병세(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 윤성규(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 방하남(고용복지분과 전문위원), 서승환(경제2분과 인수위원) 후보자 등 5명이 인수위 출신이다. 이밖에 유정복, 조윤선 후보자는 각각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당선인 대변인을 맡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박 당선인이 자기와 잘 아는 사람을 주로 쓰는 특징이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코드 인사와 다를 바 없는 ‘뉴 코드 인사’다. 성공적인 정부를 위해서는 인사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노현웅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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