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인사스타일
′폐쇄적 결정′ 검증불가 우려도
′폐쇄적 결정′ 검증불가 우려도
“이번주 안에는 (공천심사위원회를) 발표할게요. 기자분들이 걱정이 많은 거 아는데요, 제가 (특정 언론사를) 낙종(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지난번 비대위는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가지고….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을 거니까 기다려주세요.”
박근혜 당선인이 올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4·11총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특유의 ‘보안 제일주의’를 거듭 강조한 얘기였다. 한 달 전 비대위원 인선안이 발표 하루 전에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한 불쾌감도 담겨 있었다.
보안을 어긴 데 대한 박 당선인의 책임추궁은 무섭다. 비대위원 명단 유출 당시 그는 측근들에게 ‘촉새’를 색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김호연 전 의원이 자유선진당과의 합당설을 언급하자,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 당선인이 즉각 전화를 걸어 질책해 사과하도록 한 것도 한 예다. 자신의 생각 및 인식과 다른 발언을 하는 이들에겐 즉시 연락해 ‘이렇게 하면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고 해, ‘옐로카드 리더십’이란 표현도 나왔다.
당선인의 이런 ‘인사 스타일’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상, 주위에서도 섣불리 보안을 깨려 하지 않는다. 현재 인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인수위원장이나 비서실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친다. 비서실장으로 거명된 한 당내 인사는 24일 “아는 바 없다”고 전제한 뒤, “당선인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 결정하기까지가 어렵고, 결정하면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혼자서 고독한 결단의 시간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원장으로 거론된 다른 인사도 “많은 보고가 올라가겠지만, 박 당선인은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한다”고 했다. 당선인은 24일 오전 봉사활동을 빼고는 집 밖 출입도 삼간 채 장고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철통같은 ‘인사 보안’은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름으로 자가발전하는 인물을 배제하고, 인사에 담긴 메시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반면, 일부 측근에만 제한된 조언·자문 속에서 폐쇄적으로 결정하는 ‘자기 기준’이 사고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공천위원으로 선정됐다가 학력과 정당 활동에 관한 허위 사실이 밝혀져 사퇴했던 진영아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선 위원장 등 주요 대상자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져 일종의 ‘검증’을 받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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