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제단체장 간담회 발언 논란…
경제민주화 공약 초안 ‘수용불가 뜻’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8일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해 “신규 출자는 규제하고 기존 출자분은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을 밝혔다. 캠프가 지난 주말 박 후보에게 보고한 ‘기존 출자분도 제한한다’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공약 초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경제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앞으로는 순환출자를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순환출자 기존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비용이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위해 드는 비용은 투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캠프에서 공약을 총괄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비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주 박 후보에게 전한 경제민주화 공약 초안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여기서 한발 물러난 데 대해 김 위원장이 다시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박 후보는 간담회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조금 더 여유있는 분들의 양보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등 사회 책무에 대해서도 대기업에서 앞장서 힘써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고통 분담 방안으로는 △구조조정·해고 자제 △일자리 나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제안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박 후보에 공감하며 호응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우리도 과감히 시정해 나가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 경쟁력을 높이고 더 발전된 경제를 이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가장 높은 복지는 (기업이) 최고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경제단체장들은 “신중하고 책임있는 모습에 신뢰가 간다”며 박 후보에 대해 호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