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패널조사 지역’도 틀려
여의도연구소 “내달까지 보완책”
여의도연구소 “내달까지 보완책”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새로운 실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8대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예측 실패 이후 새로운 기법들이 도입됐지만 이번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정확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민심파악이 절실한 정치권부터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여연)가 여론조사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신동철 여연 부소장은 17일 “여론조사에 문제점이 많지만 안 할 수는 없는 현실 때문에 이를 보완·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며 “5월 중순에 열리는 전당대회 전까지는 1차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지난 공천 과정에서 48곳의 지역을 공천 후보자 경선에 붙였고, 이 가운데 30곳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신 부소장은 “우리나라는 여론조사로 실제 투표를 대행하는 유일한 나라인데 실제로는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이 문제를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케이티(KT)에 등재된 집 전화로 조사를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화번호부에 나오지 않는 가구에도 전화를 거는 임의번호 걸기(RDD) 방식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도입됐다. 일부 조사에선 휴대폰 패널을 이용해 휴대폰 사용자들도 조사 대상에 넣기도 했다. 휴대폰 패널 조사란 해당 지역 거주자의 휴대폰 번호를 미리 확보해 표본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인 지난 3일 한 언론에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가 42.7%의 지지율로 29%인 민주통합당 이언주 후보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집전화 임의번호 걸기(RDD)와 휴대전화 패널 조사를 결합한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는 이 후보(50.1%)가 전 후보(46.2%)를 이겼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휴대폰 패널 조사의 경우 여론조사기관에서 보유한 전체 패널이 30만명이라고 하면, 이를 지역 단위로 쪼갰을 경우 한 지역의 실제 패널이 2~3천명밖에 안 될 수 있다”며 “이들을 위주로 수십번 조사를 하다보니 갈수록 조사가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소선거구인 총선에서는 오히려 집전화 알디디 방식이 그나마 가장 안정적이었다”며 “휴대폰 방식은 대선 등 광역 단위 이상에서 괜찮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같은 시기, 같은 지역구인데도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며 “이번에 다양한 방식이 시도됐지만 여전히 개선될 여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실장은 “여론조사는 어떤 경우에도 최종 결과에 대한 예측치가 되지 못하는데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때문에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사태처럼 선거 막판에 터진 대형 이슈가 반영이 안 되는 한계도 있다”며 “오차 범위 안에 있는 1~2%의 차이도 한쪽이 우세하다고 표현하는 등의 과잉 의미부여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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