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총회
“박정희 잔재 내려놔라…듣도 보도 못한 분들이…”
“국민 눈높이 맞춘 것…유불리 떠나 대승적 생각을”
쇄신파 ‘재창당’ 주장에는 “정리된 사안” 쐐기박아
“박정희 잔재 내려놔라…듣도 보도 못한 분들이…”
“국민 눈높이 맞춘 것…유불리 떠나 대승적 생각을”
쇄신파 ‘재창당’ 주장에는 “정리된 사안” 쐐기박아
17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전날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공천기준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비대위 구성에 대한 친이계의 원색적 비난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기세’에 압도된 분위기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전날 비대위가 마련한 ‘평가 하위 25% 교체’ 등을 뼈대로 한 총선 공천안에 대해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며 “우리가 나갈 개혁의 큰 방향에 대해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대승적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커져왔던 당내 불만 기류를 ‘민심’을 명분으로 앞서 제압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의원총회 발언자는 많지 않았다. 참석자 120여명 가운데 19명만 마이크를 잡았다. 전재희, 정두언 의원이 ‘재창당’을 주장했다. 전 의원은 “국민은 한나라당에 해산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통해 당의 존폐를 묻고 따르자”고 말했다. 전날 박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한나라당 전체 의원에게 보낸 서한을 읽은 것이다. 정두언 의원은 “국민은 한나라당이 끝났다고 보는데도, 의원들은 왜 이렇게 조용한가. 설마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구습, 구태, 구체제에 찌든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 정치 만들겠다는 선언을 하고 재창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재창당은) 이미 정리된 사안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관련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대신 ‘당명 개정’ 카드를 제시했다. 한 의원은 “재창당은 (때가) 지났지만 당명 개정은 꼭 하자면 하겠다는 것으로, 박 대표로서는 양보하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대위원에 대한 비판은 강도가 셌다. 친이계 차명진 의원은 “듣도 보도 못한 분, 안 좋은 소리 듣던 분들로 비대위가 구성됐는데 박근혜 비밀당원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차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도 “박정희의 잔재를 내려놓고, 지역구에 출마하지 말고 비례대표 끝번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장 분위기가 순간 냉랭해졌다고 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전날 박 위원장의 비례대표 1번 출마를 거론했다.
친이계 진수희 의원도 “김 위원이 최근 민주통합당 총선 예비후보인 최재천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격려했다. 이는 선거운동 찬조연설 1회와 같은 효과”라며 “그 자리에서 민주당의 천정배 의원은 김 위원더러 ‘한나라당에 가서 민주당 집권을 도울 분’이라고 하는 등 한나라당을 희화화했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공천개혁안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의총장 밖에서 진수희 의원은 “이렇게 하면 수도권 몰살이다. 이런 식으로 의석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고, 한 의원은 “식구에게 칼을 꽂아 내쫓는 공천 학살”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의총장에서는 그런 소리가 좀체 들리지 않았다. 대신 비례대표인 원희목 의원은 “20%의 전략공천을 없애고 100%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뽑자”, 송광호 의원은 “현역 의원 25%를 일괄적으로 탈락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공천개혁안 책임자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의총 뒤 “전반적으로 (듣기에) 우울하고 침울하다”면서도 “큰 틀을 바꿀 정도의 발언은 없지 않았나. 다만 세부적인 검토를 하고 조정할 게 있으면 해 19일 회의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계획대로 전략공천지를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만 한정하지 않거나, 경쟁력·교체지수 평가 때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는 장치들이 보완되는 선에서 공천 원안이 19일 비대위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3시간30분가량의 의총 뒤 박 비대위원장이 단상에 섰다. 마무리 발언은 “저에게 오늘 꼭 듣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로 시작해 15분쯤 이어졌다.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해 흔들리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등 ‘믿고 따르라’는 취지였다. 몇몇 의원은 “감동적이었다”고 했으나, 소수 의원은 “한숨만 푸욱 쉬다 나왔다. 정말 불통이다”(전여옥 의원 트위터)라고 평했다.임인택 황준범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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