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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근혜 ‘불통’이 탈당 사태 불렀다

등록 2011-12-13 22:17수정 2011-12-15 17:30

정두언 의원 “만날수도 없고 전화도 안돼”
남경필 의원 “의총와서 뜻 뭔지 이야기를”
측근 전언으로만 전달 되는 ‘박심’ 비판
13일 김성식, 정태근 의원 등 한나라당 쇄신파가 탈당한 핵심 원인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불통 행보’가 지목되고 있다.

탈당한 두 의원과 쇄신파에 속했던 남경필, 정두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뒤 박 전 대표의 ‘불통’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오늘 의총에서는 (친박 의원들이) 준비되고 짜여진 대로 똑같은 이야기(재창당 반대)를 하더라”며 “지금껏 당이 청와대 오더대로 하다가 망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 오더대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을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정 의원은 “(쇄신과 관련해 박 전 대표를 만나려 해도) 만날 수도 없고 전화도 안 됐다”며 “탈당 사태의 본질은 바로 이것(박 전 대표의 불통)”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이날 의총에 불참한 박 전 대표를 행해 “의총에 와서 자신의 생각이 뭔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연락이 되지 않자 더는 대화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쇄신파 의원은 “연락까지 끊는데 아주 질렸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박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의원이 비대위 전권 부여, 내년 4월 총선까지 비대위 체제 유지 등이 적힌 쪽지를 전했다”며 “마지막엔 박 전 대표 쪽에 재창당에 대한 진정성 있는 말만 해달라는 글까지 써서 전했지만 그 문건이 전달됐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신껏 쓴소리하는 당내 쇄신파와도 소통을 거부하는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외부 인재를 영입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한 쇄신파 초선 의원은 “만나서 진정성을 서로 이야기하면 통할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정두언(왼쪽)·남경필(오른쪽)
정두언(왼쪽)·남경필(오른쪽)

지난 9일 홍준표 대표 사퇴 이후 박 전 대표는 내내 침묵했다. ‘박심’은 측근들의 전언으로만 간접 전달됐고 이는 당내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평이다. 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측근을 통해 자기 뜻을 알려 당내 기류나 여론을 떠봤다가 좋으면 그대로 가는 것이고, 나쁘면 측근 탓을 하려는 책임회피성 행동”이라고 말했다.

친박 내부에선 박 전 대표가 이르면 14일께 자신의 의견을 직접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이제 의총을 통해 의원들의 뜻을 알았으니 박 전 대표가 의견을 이야기할 순서다. 이르면 14일께 직접 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만시지탄’이란 평이 적지 않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친박계, “갈테면 가라”

13일 한나라당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탈당 선언에 대해 친박 진영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배신감을 드러내며 “갈 테면 가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재창당하지 않는다고 나가는 경우가 어딨느냐”며 “한나라당 배지 달고 4년을 누렸으면서 어렵다고 침 뱉고 나가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며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또다른 친박 의원도 “탈당은 납득이 안 된다”며 “아직 결론이 난 것도 아닌데 의총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사전에 의도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굳이 말리지 않겠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탈당해도 할 수 없다”며 “탈당하면 오히려 목적이 (쇄신이 아닌) 탈당에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채 “탈당하려면 하라”고 공개 발언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의총 발언이 문제가 돼 사과하기도 했다. 원희룡 의원은 의총장에서 나와 “소위 친박 측근이라는 의원들 5명 정도가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박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격한 발언이 있었던 것에 대해 상처받은 분들이 있으면 대신 사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에서는 12일 의총과 정반대로 “재창당을 못박지 말고 박근혜 비대위에 전권을 주자”는 의견이 발언자 28명 가운데 21명으로 압도적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싶어하는 친박 의원들이 궐기하듯 발언대에 선 결과였다. 한 의원은 이를 두고 ‘계획의총’이라고 꼬집었다. 한 친박 의원은 “어제 분위기로 안 되겠다 싶으니 이심전심으로 나와서 얘기했고, 일부는 ‘발언 좀 하라’고 전화를 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 참여한 한 의원도 “오늘 나와서 발언하지 않으면 친박 진영에서 파문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원희룡 의원은 “친박들이 작전을 짜고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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