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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보좌관 구속 하룻만에 결정…번지는 ‘형님 의혹’ 불끄기

등록 2011-12-11 20:11수정 2011-12-29 16:39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마친 이상득 의원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마친 이상득 의원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상득 의원 ‘불출마’ 선언
‘당 쇄신·화합’ 명분 내걸었지만 여권서도 “앞으로 일 끔찍”
검찰 수사 칼끝에 촉각…야권 “의혹 수사 본격 나서야”
11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9일 일부 언론이 “이 의원이 곧 불출마 및 정계은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을 때도 이 의원 쪽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오보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의원은 10일에도 평소와 같이 지역구인 포항을 방문해 지역민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의 최근 행보로 봐서는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기세”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이 의원은 11일 참모들과 오찬을 하면서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내가 밀알이 돼야겠다”며 불출마 선언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의원의 측근은 “몇 달 전부터 불출마를 고민해오다 당이 어렵다고 보고 시점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홍준표 대표 사퇴 등 당이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당 쇄신과 화합’을 위해 결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검찰 수사를 피해 보려는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선언은, 1996년부터 15년간 그를 보좌해온 박배수(46) 보좌관이 지난 10일 구속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박 보좌관은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은 물론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도 수억원대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의 ‘종착지’를 좇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잔여임기와 반비례해 이 대통령의 친인척·측근을 향한 검찰 수사의 강도는 높아지는 상황이다.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 안에서도 “박 보좌관이 받았다는 돈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 돈이 어디로 갔겠냐”며 이 의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반기면서도 “모든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이 판박이처럼 반복된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어도 ‘정권 말기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향할지 모르며, 감춰졌던 더 많은 비리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야권 또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검찰에 대한 압박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는 보좌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을 불출마로 덮을 것이 아니라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해야 밝혀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불출마 선언과 박 보좌관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회견문에서 “이 일(박 보좌관 구속)과 관련해서는 긴 설명보다 옛말의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의 심정임을 밝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측근은 “박 보좌관에게 이 의원이 십여차례나 비리 관련성을 물었으나 박 보좌관은 부인해왔다”며 “이 의원과 검찰 수사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불출마를 대통령과 미리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상의한 적 없다”고 했고, ‘대통령이 불출마 고맙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청와대는 착잡한 표정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안타까움을 나타냈을 것이라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너무 빨리 벌어졌다”며 “정국이 정말 격랑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준범 안창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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