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장바꿔 참석
여야 지도부는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함께 맞이했다. 대화는 예상보다 긴 1시간20분가량 이어졌다.
오후 3시 정각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의사당 본관 로비인 로텐더홀에서 이 대통령을 맞았다. 그동안 모양이 바뀐 국회 내부를 둘러보며 접견실로 향한 이 대통령은 3층 접견실로 들어가 여야 대표단과 웃으며 악수를 했다. 이 자리에는 박 의장과 원내교섭단체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쪽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 등이, 정부 쪽에서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배석했다.
박 의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속 시원하게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며 “이렇게 오셨으니 조금 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 얼마든지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를 한 명씩 거명하며 “원내 지도부가 이렇게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돼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세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 정치, 정부가 힘을 모아야 현명하게 헤쳐갈 수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길을 닦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이 주제였음을 거론하며 “일본은 아마도 한국이 굉장히 앞서고 있고, (자신들을) 추월한다고 과장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하는 속에서 조바심을 갖고 있다. 오늘은 초당적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비준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홍준표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 고맙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임을 숨기지 않았다. 손 대표는 “여러가지 우여곡절 속에서 대통령이 오신다고 하면 잔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굳이 오신다고 하는데 안 나올 수가 없었지만 실제 마음은 착잡하다”며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게 야당에 대한 압박,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일방 처리하기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가시 박힌 말을 했다. 이어 “양국 사이의 이익 균형을 맞추는 ‘10+2안’과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 손 대표는 대통령 방문에 야당이 애초의 불참 입장을 바꿔 참여한 데 대한 곤혹스러움도 거듭 밝혔다. 그는 “사실 우리가 (이 자리에) 안 나올 수도 없었다”며 “야당 대표가 안 나와도 대통령이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국민이 보고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애초 지난 11일 여야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를 방문하려다 민주당의 거절로 방문을 연기했다. 당시에는 한나라당조차 민주당의 불참을 이유로 청와대에 방문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낮은 자세로 직접 설득해 보겠다. 가서 기다리겠다”며 국회 방문을 강행하려 했다. 결국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이날의 방문은 무산됐고, 우여곡절 끝에 15일 여야 대표단과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됐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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