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의원, 14억 삭감 요구
지경위 회의서 만장일치 통과
누리꾼 등 반발에 회의 재소집
지경위 회의서 만장일치 통과
누리꾼 등 반발에 회의 재소집
국회가 안철수연구소에 배정된 모바일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가, 야당 쪽의 문제제기로 9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8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이 연구소에 배정한 ‘모바일 악성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사업’ 예산 14억원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은 안철수연구소 중심 컨소시엄이 2010년부터 3년간 추진하는 것으로, 지난 9월엔 지식경제부 실시 사업 평가에서 일종의 합격 판정인 ‘과제계속 수행’ 판정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주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안철수연구소의 기술력이 충분치 않고, 연도별 예산집행률도 저조하다”며 삭감을 누차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8일 오전에 열린 지경위 예산결산소위에서 지경부 쪽은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14억원을 삭감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삭감안은 여야 의원들 반대 없이 이날 오후 열린 전체회의까지 통과됐다.
그러자 예산 삭감의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삭감을 주도한 인물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원장을 집중 공격한 강용석 의원이라는 점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관련 업계의 반발도 터져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철수연구소의 사업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자는 정부의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의 하나인데, 이 가운데 예산이 삭감된 것은 안철수연구소뿐”이라며 “안철수연구소는 2003년 휴대전화용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력이 앞서가는 회사인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에서 야당 간사이자 예산소위 위원장인 조경태 민주당 의원을 거세게 비난했다.
결국 야당 쪽 요청으로 전체회의가 저녁 6시20분께 다시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조 의원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회사에 대한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환 지경위 위원장도 “전체 예산 중에 어느 한 부분만 논의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9일 다시 논의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그러자 강용석 의원은 “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며 “언제부터 민주당이 안철수한테 접수됐냐, 안철수 (원장을) 총재 시키세요”라고 따졌다.
지경위 여야 간사는 9일 오후 3대(카드, 백화점판매, 은행) 수수료 인하에 관한 청문회에 앞서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삭감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8일 의결된 예산안은 아직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기지 않은데다, 국회법은 ‘번안’(안건을 뒤집음)을 허용하고 있어 삭감안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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