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정태근, 김성식, 구상찬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 “대통령 해외 체류중에…유감” 불편한 기색
당 일부 “자신들 먼저 희생 않은채” 부적절 지적
당 일부 “자신들 먼저 희생 않은채” 부적절 지적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25명이 6일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구 등이 담긴 서신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이런 방식의 문제제기는 유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성식·정태근·구상찬 의원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에게 드리는 5개 요구가 담긴 서신을 정태근 의원이 오후 2시께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747공약 폐기, 인사 쇄신, 표현의 자유 보장, 측근 비리 신속 처리와 검찰 개혁 등의 요구가 담긴 이 서신에는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을 포함한 의원 25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지도부에 보내는 별도의 서신에선 “대통령에 대한 요구를 포함한 당의 국정 쇄신 내용을 지도부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 약속받지 못하면 우리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내 한쪽에선 방식과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이계인 장제원 의원은 “747공약으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이를 폐기하라는 건 탈당하라는 것보다 더 심한 요구”라며 “당직을 가진 분들이 자신들이 먼저 희생도 하지 않은 채 연판장을 돌리듯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형식, 내용, 타이밍에서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권영세 의원도 “당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당의 쇄신 부분에 가중치를 뒀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가 마련중인 중앙당사 폐지 및 비례대표 오디션 방식 공천 등 쇄신안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민들은 중앙당사를 옮기는 데 별 관심도 없는데 그게 무슨 쇄신인가”라며 “50%를 국민참여경선으로 한다는 것도 쇼로 비칠 것 같아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끝내고 귀국한 뒤 서신의 주요 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해법 모색’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효재 수석은 서신을 전달받은 뒤 자료를 내어 “대통령께서 국가 이익을 위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모든 잘못이 청와대에 있다는 식으로 떠넘긴다”며 쇄신파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애초 한나라당은 7일 최고위원회에 당 지도부가 마련한 혁신안을 보고하고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보류했다. 송채경화 안창현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