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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협동조합법’ 발의됐지만 FTA와 충돌 가능성…입법권 제한 현실로

등록 2011-11-03 20:19수정 2011-11-07 18:36

조세특례제한법 등 현행법과도 마찰…“검증조차 제대로 안돼”
‘협동조합기본법’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처음으로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협동조합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관련법을 제정해 협동조합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게 취지다. 이 법안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11일엔 공청회도 잡혀 있다. 하지만 뜻밖의 큰 장애물이 나타났다. 바로 국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충돌할 가능성이다.

한-미 협정의 부속서 13-나 ‘분야별 협동조합 판매 보험’ 조항을 보면, ‘협동조합 규제감독권은 금융위원회가 행사해야 하며, 협동조합한테 경쟁에서 유리하도록 혜택을 제공해선 안 된다. 협정 발효 후 3년 이내 적용한다’고 돼 있다. 국내 민간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의 ‘감독 일원화’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이와는 달리 손 대표가 발의한 협동조합기본법은 협동조합 정책을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공제사업에 대해선 보험업법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이미 시행중인 국내 법률 가운데서도 한-미 협정과 어긋날 소지가 있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한-미 협정에 따라 개정해야 하는 법률이라고 발표한 23개 법률과는 별개의 것들이다.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대우’를 보장한 조세특례제한법이 대표적이다. 한-미 협정은 외국 투자자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현행 법률엔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를 하거나, 특허권·실용신안권을 등록하면 소득세나 법인세를 일부 감면해주도록 규정돼 있다. 중소기업 육성·발전을 보장한 우리 헌법(123조) 정신을 반영한 법률이 한-미 협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법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도 논란을 빚을 수 있다. 한-미 협정(부속서Ⅱ)에서는 ‘사회의 근본적 이익에 대해 진정하고 충분히 심각한 위협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투자 제한을 허용하는 데 반해,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공공질서 유지에 지장을 주거나 보건위생·환경보전에 해를 끼치는 경우’는 물론 ‘미풍양속에 현저히 어긋나는 경우’에도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정절차법도 입법예고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한-미 협정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 한-미 협정이 중앙정부가 제안하는 행정입법은 입법예고 기간을 ‘40일 이상’이라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이태호 한-미 자유무역협정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집행 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민이 위임한 국회입법권이 크게 제약받는데도 정부는 충돌 법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여당은 신속한 비준만 외치고 있다”며 “‘이익의 불균형’뿐 아니라 ‘검증의 불균형’도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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