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 6시간동안 현장 돌며 ‘문재인 바람’ 재우기 나서
문, 주말부터 출격 예정…여당 심판론 공격 채비
문, 주말부터 출격 예정…여당 심판론 공격 채비
10·26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를 놓고 대선 주자인 박근혜(사진 왼쪽)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야권의 문재인(오른쪽)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격돌이 가시화하고 있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는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부산·경남(PK)의 민심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가늠자라는 점에서 여야가 서울시장 선거 못지않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한 데 이어 14일엔 부산 동구를 방문해 정영석 한나라당 후보 지원 활동을 폈다. 문재인 이사장도 주말부터 이해성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출신의 정영석 후보와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장 출신의 이해성 후보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7~8일 부산문화방송의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와 이 후보는 각각 22.4%, 17.6%로 오차범위 내인 4.8%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공천에 불복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오경희·이정복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표를 나눠갖고 있다.
동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접전은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신공항 백지화,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 등으로 정부·여당에 험악해진 부산·경남 지역 민심을 반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부산을 방문해 7시간 머물며 “임기 중에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 ‘섭섭하다’는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동구에는 부산저축은행 본점(초량동)이 자리하고 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게 동구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도 이 지역의 부산고등학교를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부산 동구가 심상치 않다. 동구를 내주면 내년 총선·대선에서도 부산·경남이 야권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동구를 찾은 것은 이런 위기감 속에 전통적 텃밭을 지켜내고 ‘문재인 바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산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김무성·유기준·이진복 의원 등 한나라당 공천에 반발해 친박 무소속연대로 출마한 6명이 당선됐을 정도로 ‘박풍’의 위력이 강한 곳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동구에서 6시간을 머물며 노인복지관 두 곳과 수정시장, 초량시장, 장애인 작업장 등을 방문했다. 그는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도 만나 “대주주의 은닉재산도 반드시 찾아내야 하고 대출 자산도 철저하게 회수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떻게든 결과가 잘 나오도록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겠다”고 달랬다.
문 이사장도 이해성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아 주말부터 출격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동구를 바꾸면 내년 총선과 대선판도도 바꾸게 될 것”이라며 일찌감치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인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 이사장은 부산에서 인지도뿐 아니라 호감도가 높다”고 기대를 표하면서, “철저하게 한나라당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은 엇갈린다. 14일 부산 동구에서 만난 박아무개(57)씨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박근혜가 왔으니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아무개(59)씨는 “한나라당이 이 지역에 해놓은 게 없다. 민심이 이미 떠났다”고 말했다.
부산/송채경화 기자 이지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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